고(故) 이건희 회장이 상속세로 12조원 이상을 납부한다. 이 회장의 상속세 규모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최고수준이다.
삼성은 28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 상속 내용 및 상속세 납부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 회장 유산은 주식 미술품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을 합해 총 3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삼성 계열사 주식가치만 약 19조원에 달하며, 주식 상속세액만 11조366억원에 이른다. 보유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일 전 2개월과 사망후 2개월간 종가 평균에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적용해 계산한다.
여기에 미술품과 한남동 자택, 애버랜드 부지 등 부동산 등을 포함하면 총 납부세액이 12조원 이상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대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법정 상속 비율로 따지면 홍 여사가 9분의 3(33.33%),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가 각각 9분의 2(22.22%)씩 상속받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분 정리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지분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상속세를 연부연납 방식으로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납할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고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이 같은 방식으로 내고 있다.
유족들은 상속세 발표를 하면서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 = 삼성전자]
이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며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고,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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