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일가가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동시에 고(故) 이건희 회장이 40여년간 수집해 온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박물관 등에 기증한다.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미술품을 이번처럼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8일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상속인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고인의 뜻을 기려 '이건희 컬렉션'을 국립기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보물 2015호 고려불화 '천수관음보살도'
기증 미술품에는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돼 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이 대표적이다.삼성 관계자는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을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 10대 미술관 못지 않은 규모로, 감정가만 2조5000억~3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계는 이번 기증 규모를 감정가 기준 1조∼2조원 상당으로 보고 있다.
국보 제216호 정선 '인왕제색도'.<사진제공=문화재청>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할 예정이다.삼성 측은 "이번 미술품 기증을 계기로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제고하고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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