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등 주요 택배업체들이 줄줄이 택배단가를 올리기로 하면서 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택배비 인상에 따라 비용 부담이 늘어서다. 택배비 인상을 근거로 상품 가격을 올리자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 뻔해 소상공인들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2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4월부터 소형 택배의 계약 단가를 기존 1600원에서 1850원으로 250원 인상키로 했다. 소형 택배는 세 변의 합이 80㎝에 무게는 2㎏ 이하 짜리를 말한다.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달 초 소형 기준 택배비를 1750원에서 1900원으로 150원 올렸다. 한진택배 역시 최근 초소형 택배는 1800원 미만으로 계약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일선 대리점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등 주요 택배사의 소형 기준 택배비는 모두 1800원 이상으로 오르는 등 택배비가 전반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그 동안은 자체적으로 버텨 왔지만 최근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대책의 일환으로 자동화 설비 도입 및 인력 추가에 따라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물류창고 임차료 등의 부담이 늘어 택배비를 올릴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택배비 인상은 택배를 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는 소상공인들일수록 타격이 크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한 소상공인은 "진짜 요즘 안 오르는 게 없다"며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마진이 얼마 안 되는데, 택배비에 박스비 오르고 거기다 네이버에 택배비 수수료까지 내야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제쿠키를 만들어 파는 한 자영업자는 "택배비 인상에 따라 상품 가격을 곧장 올릴 순 없는 노릇이어서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같은 불경기에 택배비 올랐다고 상품 가격을 갑자기 올리면 누가 주문을 하겠냐"며 "결국 내 마진을 줄이고서라도 상품을 만들어 보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홈쇼핑과 이커머스 등 택배물량이 많은 대형업체들에 비해 택배비 인상폭이 더 큰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물량이 많을수록 택배업체와 협상력이 커져 택배비를 좀 더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최대 규모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이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최근 택배비 인상 전화를 받았다는 한 자영업자는 "한달 평균 400~500개 택배를 보내는데 극소는 2750원, 소는 3200원으로 오른다는 얘길 들었다"며 다른 사장님들에게 이같은 인상폭이 적당한 것인지를 물었다.
실제로 소상공인들과 달리 홈쇼핑과 e커머스 등 대형업체들은 택배비가 오르더라도 그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택배 물량이 많을수록 택배업체로부터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택배업계 관계자는 "같은 무게더라도 물량이 많으면 좀 더 할인된 가격에 계약을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택배 무게와 물량별로 요금표가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택배이용 업체별 협상력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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