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보툴리눔 톡신제제(일명 보톡스) 생산업체인 휴젤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다는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휴젤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제품을 중국에 수출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받아 조사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휴젤 주가는 판매중지 및 품목허가 취소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10% 넘게 폭락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동종 업체인 메디톡스는 같은 이유로 자사 제품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대해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명령에 이어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법원에서 식약처 조치에 관한 메디톡스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가운데 본안 소송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휴젤측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려 “휴젤은 지금까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영위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며 “‘고발장’ 관련된 내용은 현재까지 그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식약처가 메디톡스를 조치했을 때 다른 업체들도 동일한 방식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었지만 유독 메디톡스만 문제삼은데 대해 비판이 제기돼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식약처는 고발이 들어온 회사만을 선별적으로 조사해 조치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메디톡스와 휴젤에 이어 고발장이 계속 접수되면 업계 전체로 조사가 확대돼 시장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에 보따리상(따이궁) 등 비공식적인 수출을 위해 국내 판매대행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내수 판매로 볼지, 수출로 볼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내 업체들은 판매대리상에 제공하는 물량이 국내 판매가 아닌 수출 목적인 만큼 국가출하승인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현행 약사법과 대법원 판례에서도 수출 시에는 국가출하승인을 요구하지 않아 업체들은 중간 판매사에 물건을 넘길 때 관행적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식약처가 메디톡스 건을 계기로 중국 수출을 목적으로 한 국내 업체간 계약을 내수 판매로 간주하면서 국가출하승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메디톡스를 조치하면서 동일한 방식으로 수출중인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는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국가출하승인을 요구하면서도 그것을 지키지 않은 다른 업체들에 대해선 고발이 들어올 때까지 방치해두었다가 이번에 휴젤 건이 발생한 것이다.
국가출하승인은 보툴리눔 톡신, 백신 등 변질 우려가 있는 생물학적 제제를 국내에 판매하기 전 국가에서 한 번 더 시험과 서류 검토로 품질을 확인하는 제도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판매한 의약품은 약사법 위반으로 품목허가 취소 대상이 된다.
물론 휴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자사 제품 '레티보'에 대해 국내 최초로 품목허가를 받아 올해부터 공식 판매에 들어가는 만큼 현재 중국 수출 물품에 대해서는 국가출하승인이 문제될 여지는 사라졌다. 휴젤은 지난해 12월 1차 선적에 이어 지난 2일 2차분 제품을 선적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중인 보툴리눔 툭신 제품은 미국 엘러간 '보톡스'와 중국 란저우 연구소 'BTXA', 프랑스 입센 '디스포트'에 이어 휴젤 '레티보'까지 총 4종이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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