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로 소위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광풍이 몰아치며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계 빚 부담은 소득보다 3배정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사상 첫 19조원을 뛰어 넘었다.
◆ 가계 빚 부담 '눈덩이' 소득대비 2.8배↑= 22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빚을 낸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은 1764만원으로 1년 전(1657만원)에 비해 6.5%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처분가능소득은 5500만원으로 같은 기간 2.3% 증가에 불과했다.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2.8배정도 증가한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계가 세금이나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지난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32%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늘었다.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의 3분의 1을 빚 갚는 데 쏟아부은 셈이다. 이는 대출금리 하락 기조에도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며 가계 대출액 자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빚을 낸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1억2971만원으로 1년 전보다 574만원(4.6%) 많아졌다. 최근 금융부채 보유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리금 상환이 생계에 부담을 준다'고 응답한 비중이 67.8%로 전년대비 1.1% 증가했다.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한 가구는 5가구 중 1곳(20.6%)이나 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증가세가 계속 돼 금융불균형 위험누적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흐름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집값·증시랠리에 빚투 사상 첫 19조 넘어서 = 집값이 치솟고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가 사상 첫 19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잔고는 전일대비 0.83%(1555억원) 증가한 19조41억9800만원을 기록했다. 이달 1일 처음으로 18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2주일도 안 되는 동안 다시 1조원이 늘었다. 18일 현재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잔고는 19조 4237억9800만원이다.
신용융자잔고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증시 랠리, 정부의 아파트 대출규제를 따라 움직였다. 다만 증권사들이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자 지난 10월 말에는 16조4000여 억원까지 감소했다가 지난달부터 증시 랠리가 이어지자 신용융자잔고도 덩달아 뛰었다. 특히, 주택마련자금 수요 등이 겹치면서 11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10월보다 7조4000억원 늘어나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는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막을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가 후유증을 겪지 않도록 고위험 자산으로의 쏠림 등 자산시장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