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감염되면 60대이상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들은 위중증 진행과 함께 사망위험이 높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젊은층은 질환이 있어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식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팀(박성미 교수, 배성아 교수)이 심혈관 위험인자 및 심장질환을 가진 젊은 환자들은 코로나 감염 후 중증도 및 사망 위험도가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펍메드(PubMed), 엠베이스(EMBASE) 등 논문학술 포털에 게재된 9878건의 문헌 고찰을 통해 51개 코로나 논문(4만 8,317명)을 메타 분석(Meta-analysis) 한 결과, 모든 연령에서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이 있을 때 위중증 및 사망 위험도가 높았다. 특히 고혈압·당뇨와 같은 심혈관 위험인자와 심장질환이 있을 때 60세이상 고령에 비해 50세이하 젊은 환자들이 두배 이상 위중증 및 사망위험도가 높았다.
이 연구결과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심혈관 위험인자 및 심장질환과 나이에 따른 상관관계를 규명함과 동시에, 심혈관 위험인자가 있다면 젊은 환자들 또한 위중증 및 사망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어야 함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인자로 60세이상 고령, 기저 질환, 남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나이가 증가할수록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고령 환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연구가 많았지만, 심혈관 위험인자를 가진 젊은 환자들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위험도 연구는 많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질병을 가진 젊은층이 위중증·사망위험이 높은 이유를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으로 설명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어떤 병원체가 외부에서 몸에 들어왔을때 몸의 면역체가 그 병원체에 대해 과민반응을 일으켜 몸에 발열, 근육통, 관절통, 발진, 저혈압, 발작 등의 다양한 면역체계 이상징후를 일으키며 사람을 사망케 하는 무서운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감염확진을 받아 병원에 가면 환자는 먼저 겉으로 드러난 증상에 따라 치료를 받게 된다. 이른바 대증요법이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입한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항바이러스는 에이즈치료제(칼레트라·Kaletra), 에볼라치료제(렘데시비르·Remdesivir) 등이다. 또한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를 쓰기도 한다. 이같은 치료법은 환자 스스로 바이러스를 이겨낼 때까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대응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바이러스에 적응하려고 하다가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바이러스 자체가 모든 장기를 직접 망가뜨리고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역반응이 일어나면서 많은 물질들이 생기는데, 이를 염증매개 물질이라고 한다. 이들 물질이 중요 장기에 가서 염증을 일으키는데, 제일 취약한 곳이 폐이다. 뇌, 심장, 간 등도 손상을 입는다.
이같은 메카니즘이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일반적으로 면역체계 이상은 주로 폐손상을 말하며, 이는 몸안에 산소공급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신소부족(호흡곤란)으로 사망함을 의미한다.
박성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인 뿐만 아니라 젊은 환자들 또한 기저질환이 있다면 코로나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배성아 교수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늘어나는 비만, 운동부족 및 대사증후군과 더불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진단과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Impact of cardiovascular disease and risk factors on fatal outcomes in patients with COVID-19 according to ag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라는 제목으로 국제 저명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British Medical Journal) 심장학회지(Heart)12월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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