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인해 사회활동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사회활동 참여가 우울증상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팀(한규만 교수, 심리학과 최은수 교수)은 60세 이상 국내 노인 4751명을 대상으로 사회활동 참여와 우울증상 유병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통해 참여하는 사회활동의 종류가 많고 참여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증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한규만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Korean Retirement and Income Study)의 2017년과 2018년 자료를 분석했다. 노인들의 친목모임, 동호회, 동창회, 스포츠클럽 등의 모임활동이나 봉사활동, 정기적 기부, 경제활동과 같은 사회활동 참여 여부와 한국판 CES-D 우울증상 척도를 이용해 우울증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노인에서 사회활동의 참여가 우울증상 위험을 뚜렷하게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가지 이상의 사회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사회활동에 참여안하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0.6배로 낮았다. 모임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0.6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0.42배, 정기적 기부를 하는 사람의 경우 0.56배로 우울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 가지 이상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약 1/4(0.28배)로 낮아지고, 2주에 한번 이상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1/5(0.19배)까지 낮아졌다.
한편 경제활동 여부는 우울증상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었으며, 사회활동과 우울증상 간의 상관관계는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사회활동 참여로 인한 우울증상에 대한 보호효과는 노인여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모임활동은 노인여성의 우울증상 위험을 0.51배로 낮췄지만, 노인 남성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추지 못했다.
연구팀은 매개 분석(mediation analysis)을 통해 사회활동과 우울증상 간의 상관관계에서 '정서적 지지 (emotional social support)'가 중요한 매개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노인들이 사회활동을 통해 비슷한 주제의 관심과 사회적 가치를 갖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정서적/사회적 지지를 받게 되는데, 이것이 노인들에서 우울증상의 보효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규만 교수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최근의 상황과 연결시키며,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 모임 등의 대면 접촉이 줄어들게 되면서 사회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젊은 연령층의 경우, 대면 접촉이 줄어들더라도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어느 정도 보충하는 반면, 노인들은 소셜미디어 등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코로나19의 치명도가 노인에서 높다는 사실 역시 젊은 연령층에 비해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를 더욱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한규만 교수는 "노인의 사회활동 참여가 타인으로부터 받는 정서적·사회적 지지를 증가시킴으로써 우울증상 위험을 낮춘다는 점을 발견한 연구"라며 "노인들의 사회활동 참여가 우울증상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규만 교수는 이어 "정신보건 정책 차원에서 노인들의 사회활동 참여를 증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사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면 접촉을 통한 사회활동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과 자주 전화 연락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만으로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Social participation and depressive symptoms in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Emotional social support as a mediator)는 SSCI급 국제학술지인 '정신의학연구(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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