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차단을 포함한 미국의 초강력 제재에 직면한 중국 화웨이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기로 했다.
화웨이가 아너 브랜드를 떼어내고 나면 이제 더는 삼성전자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로써 출하량을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독주하는 가운데 화웨이, 샤오미, 애플, 오포, 비보 등이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새로운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펑파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날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아너 부문을 분할해 선전시 즈신신정보기술에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후 화웨이는 아너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이번 매각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 아너 브랜드를 존속시키고 공급상과 판매상들을 살리기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아너를 인수하는 즈신신정보기술은 30여곳의 아너 판매상들 주도로 설립된 신설 회사라고 화웨이 측은 설명했다.
아너는 2013년부터 화웨이가 운영해온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다. 화웨이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아너 브랜드로 팔린 화웨이 스마트폰은 7000만대에 달했다.
화웨이는 고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인 P시리즈나 메이트 시리즈는 화웨이 브랜드를, 보급형 중저가 제품에는 아너 브랜드를 달아 각각 별도 채널을 통해 판매해왔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아너 브랜드를 매각하게 된 것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돼 계속 강화된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는 이동통신 기지국 등 통신 장비에서 스마트폰 등 소비자 가전에 이르는 거의 모든 제품의 생산에 지장을 받았다.
특히 지난 9월 시작된 '반도체 제재'로 화웨이는 정상적인 사업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너를 매각하고 나면 화웨이는 더는 삼성과 세계 출하량 기준 1위 경쟁을 하기 어렵게 된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각각 22%와 14%였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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