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해상 운임이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며 지난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 4년만에 해운업계에 불고 있는 훈풍이 올해 수주부진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로까지 확산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시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말 1664.56으로 전주 대비 8.8% 상승했다. 최근 3개월 동안 한 주를 제외하고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 탓에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복량을 줄였지만, 물동량이 생각보다 크게 줄지 않아 선복이 부족해진 영향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 공급 증가율은 2% 내외인데 반해 수요 증가율은 지난 3분기부터 이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한진해운 파산 여파에 시달리며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던 HMM(옛 현대상선)은 지난 2분기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아직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3578억원이다.
특히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 한국 해운산업을 재건하겠다는 목표 아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나선 게 전화위복이 됐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글로벌 선사들은 봉쇄조치로 인한 물동량 감소를 우려해 선복(컨테이너를 실을 선박 내 공간)량을 줄였지만, HMM은 2만4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과 1만60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각각 12척과 8척 투입했다.
해운업계 훈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내년에도 컨테이너선의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비율이 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환 연구원 역시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1만5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의 수주잔고는 57척으로 (선복량이) 1073만9000TEU에 불과해 (해운) 호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현대상선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9452억원과 1조4036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해운시황은 조선시황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올해 수주 부진에 시달렸던 조선업계에까지 해운업 호황 훈풍이 전해질지 주목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15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올해 선박 발주 시장의 부진의 배경은 코로나19 확산이다. 당초 올해 초부터 시행되는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로 인해 선박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유가가 급락하면서 선사들이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저유황유를 사용하며 버텼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업계의 사정은 (해양플랜트 부실 등의 충격에 휩싸였던) 지난 2016년보다 좋지 않다. 진행 기준 수주잔고(일감)가 더 짧게 남았다는 의미"라며 "전 세계 조선업계 일감이 1년6개월치를 하회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운업 호황으로 인해 연말부터 선박 발주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선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지환 연구원은 "컨테이너 용선시황이 초강세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라며 "거의 모든 선형에서 배를 용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사와 선주사들이 보유한 선박 중 드라이 도킹을 제외한 대부분이 운항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압도적 경쟁력을 보유한 원유·가스 운반선 분야에서는 최근 발주 시장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9일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초대유조선 2척을 건조하기로 하는 일감을 따냈다.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유럽 지역 선주로부터 2조274억원 규모로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6척을 수주했다. 이는 러시아 아틱(Arctic)2 LNG프로젝트에 투입될 선박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이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LNG운반선을 추가 수주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 투입될 LNG운반선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일감을 나눠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엄경아 연구원은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운반선 발주 프로젝트가 재개되는 수요에 부정기선 교체 수요가 더해지면 내년 연간 발주량은 3000만CGT에 육박할 것"이라며 "일본 조선사들의 생산능력 저하를 고려하면 이 정도 수주에도 수주잔고는 반등할 수 있다. 이제는 바닥에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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