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회사 측 대항권이 유명무실한 가운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노사균형,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열며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기조 발제자로 나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파업에 대한 대항행위로서 기능을 상실했고, 기업들은 노조의 직장점거에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주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직장폐쇄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 허용하고 있는 대체근로도 전면금지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대체근로 금지규정이 아예 없거나 파견근로자나 단기근로자에 한정해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반면, 한국은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어 산업현장에서 쟁의가 발생할 경우 노사교섭력의 균형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조의 성실 교섭 의무 위반에 대해선 아무런 벌칙을 두고 있지 않은 반면 사용자의 의무 위반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된다면서 이런 조항이 사용자를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행위로 직장폐쇄(46조)와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의 금지(42조)만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직장폐쇄의 경우 노조법상 대항적·방어적 직장폐쇄만 허용되고, 판례는 근로자 측이 행한 교섭실태 등 정황적 상황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직장폐쇄에 대해 대체로 공격적이라고 판단함으로써 직상폐쇄는 사용자의 대항행위로서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조의 쟁의권을 보장한다는 목적만 강조해 대체근로 금지를 강제하는 것은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등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현행 노조법은 쟁의행위로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을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로 한정해 실질적으로 사업장내 쟁의행위를 허용, 점거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근로자 단결권과 사용자 재산권·영업권이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하에 직장점거 형태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직장점거를 수반하지 않는 철수 파업이 일반화돼 있다. 김 교수는 "파업은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것인데, 직장점거는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가 사용자의 의사나 요구에 반해 사업장에 머무르는 것"이라며 "이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근로자의 근로의사를 침해해 헌법 23조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조업 방해행위"라고 강조했다.
한경연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는 김희성 교수를 비롯해 김영문 전북대 교수,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 최홍기 고려대 노동사회법센터 전임연구원이 참여했다. 배상근 한경연 전무는 개회사에서 "노사관계의 균형을 위한 제도 정비작업 없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할 경우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화될 수 있다"며 "협력적 노사관계는 노(勞)와 사(使)의 선의가 아닌 제도적 뒷받침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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