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세명이 사진작가로 변신했다. 주인공은 이우현 OCI 부회장과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대표, 이혁상 W치과 대표 원장이다.
'관계의 풍경-이우현, 이혁상, 울프 아우스프룽' 사진전이 서울 방배동 유중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정승우 유중재단 이사장은 "CEO 세명은 본업과는 별개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편으로 포토그래퍼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잦은 해외출장으로 방문한 장소들을 기록하며 사진을 시작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됐다. 그의 작품은 '종묘'의 아침풍경이다. 작품 속엔 작가의 고뇌와 노력이 녹아있다.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면 사진이 아닌 그림 같은 느낌이 든다.
이우현 작가의 종묘 아침 풍경
이 부회장은 "나에게 종묘는 1979년 초등학교 사생대회 때 찾았던 가을날, 그 시간에 멈춰있는 듯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종묘 한가운데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명상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묘를 담으며, 적외선 필터를 이용하고, 일반 가시광선대와는 다른 파장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14장의 사진을 연결한 파노라마방식을 통해 균형감 있는 종묘의 건축물을 사진속에 담아냈다.이 부회장에게 사진 작업은 재충전의 시간이다. 사진에서 얻은 긍정의 힘은 경영으로도 이어진다. OCI는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4분기도 기대된다. 국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말레이시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성공해서다. 여기에 베이직케미칼 부문과 석유화학, 카본소재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이혁상 원장은 드론을 활용한 작품도 선보였다. 무대는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한 해발 1100m의 고랭지 채소 단지 '안반데기'다. 이 원장은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밭을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촬영했다. 사진에다 투명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부피감을 부여했다. 이혁상 원장은 "전시 작품은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이지만, 기존 '사진' 틀에서 벗어났다"며 "물에 반영된 이미지들을 담아서 색을 강조해보기도 했고, 공중에서 대상을 바라본 뒤 원하는 색으로 이미지를 변형해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혁상 작가가 드론으로 촬영한 안반데기 풍경
그는 치과병원 경영자이자 사진작가로, 2016년부터 8번의 전시경험을 갖고 있다. 올해 초엔 프린트베이커리 한남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대표는 프랑스 칸느, 대만 타이페이, 베트남 다낭, 스위스 취리히 등의 풍경을 흑백사진 속에 담아냈다. 한성자동차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수입 판매업체다.
재계 관계자는 "CEO들은 사진 등 건전한 취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새로운 영감도 얻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 사진작가로 불리는 CEO들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있다.
울프 아우스프룽 작가의 프랑스 몽블랑 설경
[정승환 재계·한상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