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데이터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빅데이터의 꽃입니다. 이 꽃이 잘 만개할 수 있는 기틀을 제대로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최근 롯데그룹 최초의 CDO(Chief Data Officer, 데이터 최고 책임자)이자 유통BU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장을 맡게 된 윤영선 상무(사진·46)는 매일경제와 만나 "백화점, 마트에 편의점까지 없는 곳이 없이 빽빽한 오프라인 유통망은 롯데만이 가진 차별점이자 강점"이라며 "다른 경쟁사보다 더 빨리 시장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우선 유통분야에서 데이터 경영의 성공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상무는 2010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플래닛, KT, 롯데정보통신 부문장까지 10년간 데이터 분석 현장에서 역량을 쌓은 국내 대표 빅데이터 전문가다. 윤 상무를 포함한 5명의 데이터 TF팀은 내년까지 롯데그룹의 데이터 사업 로드맵을 만들고, 그룹의 유통·물류·제조·지원 역량을 결집한 데이터레이크(각 분야의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 저장하는 것) 구축을 추진한다.
윤 상무가 구상하는 롯데의 데이터 경영은 실제 소비 현장에서 빛을 발할 예정이다. 그는 "미국 아마존은 데이터 분석으로 미리 특정 상품의 수요를 예측해 그 지역 물류센터에 제품을 먼저 가져다놓아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배송혁신을 이뤄냈다"며 "과거 고객의 구매 데이터와 최신 시장 트렌드 분석을 결합해 수요를 전망하고 이것을 롯데의 오프라인 유통망과 결합하면 쿠팡보다 더 빠른 배달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롯데 유통계열사의 모든 주문과 배송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고객이 롯데백화점에서 주문주문한 물건을 집 앞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1~2시간 만에 받아볼 수 있는 온·오프라인 통합 배송망이 완성된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하는 컬래버 아이템을 만드는 데에도 '데이터의 마법'이 쓰일 수 있다. 윤 상무는 "올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곰표' 컬래버가 대표적인 예"라며 "젊은 세대가 잘 아는 브랜드가 아닌데도 이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이를 벤치마킹한 유사한 상품도 많이 나올 정도의 사회적인 반향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롯데가 가진 수많은 브랜드끼리 엮으면 롯데만의 인기 컬래버 제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타깃 고객의 관심사와 트렌드를 발빠르게 파악하는 데이터 분석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의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도 TF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현재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7개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개별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윤 상무는 "넷플릭스가 과거 시청 데이터를 활용해 다음에 볼 영상을 추천하는 것처럼 고객이 자주 사는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시해 정기구독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도 롯데온이 가장 먼저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을 토대로 윤 상무는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2~3개의 '데이터 분석 성공사례'를 발굴한다는 목표다. 우선 유통BU 산하 유통계열사를 무대로 누구나 체감할만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향후 그룹 내 다른 분야에도 데이터 경영을 도입하는게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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