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오면 본인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된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기에는 '안면신경마비'와 '냉증'을 주의해야 한다.
안면신경마비는 한쪽 얼굴 근육이 갑자기 마비되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비대칭 상태가 되는 것을 일컫는다. 뇌의 12개 신경 중 7번째 신경이 마비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스트레스, 과로 등 면역력 저하와 큰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이마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눈썹이 처지며 눈이 잘 감기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물을 마시거나 양치할 때 한쪽으로 물이 새기도 한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강중원 교수는 "추운데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는 속설이 있듯이, 실제로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자면 안면마비가 올 수도 있는데 이는 추위로 근육이 긴장되고 혈관이 수축해 안면부위 혈액순환과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라며 "발병률은 매년 10만명당 20~30명 정도로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하지만 최근 들어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과 직장인, 임산부 등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면신경마비의 골든타임은 질환의 시작부터 첫 3주다.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와 본격적인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영구적인 마비로 살아가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침과 뜸, 그리고 한약을 주로 활용한다.
강중원 교수는 "마비된 신경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면신경에 작용하는 혈자리에 침 치료를 진행하며, 전기자극, 테이핑, 마사지 등 경락수기요법으로 마비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외에도 봉독 약침요법, 온열 자극 등을 통해 면역력 강화, 기혈 순환 등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손발이 차갑고 무릎이 시리다''몸에 바람이 든 것처럼 춥다', 등과 같이 냉증 환자들은 몸의 곳곳이 춥고 시려 겨울이 되면 야외활동을 하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몸이 차면 냉증이라고 생각해 몸을 따뜻하게 하지만, 냉증은 개선되지 않는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장준복 교수는 "냉증은 추위에 대한 반응이 매우 민감하거나 몸의 어느 부분이 유난히 차서 정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며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체온조절 장애 및 기타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는 '자율신경 실조증'이 냉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냉증은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한다. 냉증은 환자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주관적 증상으로 양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개 환자들은 손발과 무릎·허리 등에 시림과 차가움을 느낀다. 이외에도 어깨 결림, 두통, 요통, 불면, 수면 중 빈뇨, 불감증, 복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장준복 교수는 "특히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남성에 비해 골격이 작고 근육량이 적으며 생식기 구조가 외부기온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출산이나 유산 후 체력이 저하되고 갱년기 호르몬의 변화를 겪거나 냉방장치에 오래 노출된 경우 냉증이 나타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냉증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백회혈(정수리 부근)과 인중혈·승장혈(입술 위·아래), 십정혈(손끝) 등을 침으로 자극해 기와 혈의 순환을 돕는다. 이 밖에도 뜸과 한약이 적극 활용된다. 한약 치료에 있어서는 냉증이 몸이 실한 상태에서 발생한 것인지, 허한 상태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한약을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
<냉증 예방에 좋은 습관>
1.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한다.
2. 평소 약간 땀이 나는 강도의 운동을 주기적으로 한다.
3. 스트레스는 계속 쌓아두지 않고 곧바로 해소한다.
4. 생강차, 대추차 등은 몸의 열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므로 자주 마신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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