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상사와 우성건설을 인수하며, 한일그룹을 재계 14위로 키운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이 지난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했다. 72세. 고인은 김한수 한일그룹 창업주 장남으로, 1982년 부친 별세 이후 회장에 올랐다. 한일그룹 모태는 1956년 김한수 창업 회장이 세운 경남모직공업이며, 김한수 회장은 1964년 한일합섬을 설립했다. 한일합섬은 당시 '마법의 섬유'로 불리던 아크릴을 생산하며 성장해 1973년 국내기업 최초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김중원 전 회장은 인수합병(M&A)를 통해 그룹을 성장시켰다. 1986년 국제상사와 국제빌딩 등 국제그룹 주요 회사들을 인수한데 이어 1996년엔 우성건설 등 우성그룹 10여개 계열사를 인수했다. 우성 인수 후 한일그룹은 자산 5조원대, 재계 14위(자산기준)로 뛰어올랐다.
한일그룹은 한일합섬의 주력인 섬유산업이 사양화에 접어들면서 전자와 생명공학 등 신사업에도 눈을 돌렸다. 한일은 1987년 국제상사에 전자사업본부를 설치했으며, 생명공학 연구소인 한효과학기술원을 1991년 세웠다. 고인은 교육에도 힘썼다. 부친에 이어 1982년 제2대 한효학원 이사장에 취임해 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현 한일여고)와 김해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현 김해한일여고)를 육성했다. 한일여실은 김한수 1대 한효학원 이사장이 한일합섬에 입사한 중졸 여공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세운 실업고교였다.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은 1984년 수원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현 한봄고)에 배구단을 창단했다. 한봄고는 월드스타 김연경 등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다수 배출했다.
김중원 전 회장은 또한 조석래 효성 회장에 이어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대한배구협회장을 지냈다. 협회장 재임시절인 1986년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고인은 그해 체육훈장 백마장과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87년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성장가도를 달리면 한일그룹은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를 격으며 그룹이 해체됐다. 한일그룹 일부 계열사들은 현재 남아있다. 국내 섬유 원사 시장 4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한일합섬은 동양그룹에서 현재는 유진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해 매출은 1427억원에 이른다.
프로스펙스 브랜드를 보유한 국제상사와 국제빌딩은 LS그룹이 인수했다. 국제상사는 LS네트웍스, 국제빌딩은 LS용산타워로 이름을 바꿨다.
고 김한수 창업주가 운영했던 회사 중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부국증권이다. 부국증권은 1954년 국내에서 네 번째로 설립된 증권회사로, 김중건 회장은 김한수 창업주 차남이다. 부국증권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351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로는 유리자산운용이 있다.
김중원 전 회장 장례는 미국에서 가족장으로 치른다. 유족은 김효준 한효학원 이사장, 김재윤 한효재단 이사장 등이다.
[정승환 재계·한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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