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는 기업들의 소통수단이다. 계열사 정보 공유 측면도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기업을 알리는 수단이다. 그런데 최근 사보를 중단하거나, 종이 대신 온라인 사보로 대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보 대신 SNS 등을 통해 사내 소통에 나선 기업들도 많다. 종이 사보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중에도 책자 형태 사보를 고수하는 대기업이 있다. 최근 600호를 발행한 코오롱그룹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600호 사보를 통해 "사보는 코오롱 가족 모두가 함께 걸어온 발자취이자 코오롱만의 희로애락이 담긴 일기장"이라며 "코오롱 사보가 과거 기록으로 그치지 않고 코오롱의 미래를 위한 소통의 역할을 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코오롱 사보는 이원만 창업 회장 시절인 1967년 8월 창간됐다. 당시 이름은 코오롱뉴스였다. 1970년 6월 코오롱뉴스에서 코오롱사보로 제호를 변경했으며, 1976년 5월 문화공보부에 월간 정기간행물 등록을 했다. 그해 9월엔 100호 사보가 발행됐다. 1977년엔 이동찬 코오롱그룹 2대 회장이 취임했다.
1980년대 해외진출이 본격화하면서, 1981년 10월엔 해외지사 탐방기사가 사보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85년 200호에 이어 94년 300호 사보가 나왔다. 1997년 5월엔 코오롱그룹 창립 40주년 특집호를 발행했다. IMF 외환위기는 사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월간으로 발행되던 사보는 1998년 1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격월간으로 발행됐다. 2000년 1월 다시 매월 발행되기 시작했으며, 2004년 2월 400호엔 이웅열 당시 회장 인터뷰도 수록됐다. 2012년 1월 모바일 사보가 등장했으며, 그해 6월 500호 사보가 나왔다. 이웅열 회장은 2018년 11월 퇴임을 발표했으며, 장남 이규호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COO(최고운영책임자)다.
코오롱그룹 사보 600호 발행을 맞아 '600'이라는 숫자를 몸으로 표현하는 이벤트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은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시은 주임이 축하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안병덕 코오롱그룹 부회장은 "사보를 통해 코오롱인은 하나가 되었고, 자긍심을 키워왔다"며 "즐거움과 감동, 넘치는 상상력으로 임직원에게 영감을 주며, 성공의 계기를 마련하는 사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유석진 (주)코오롱 대표는 "사보는 공감의 매체"라며 "우리가 코오롱 가족으로서 함께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600호 사보엔 코오롱의 미래사업도 소개됐다. 지난해 출범한 코오롱인더스트리 FCH(Fuel Cell Humidifier)사업팀과 FCM(Fuel Cell Materiials)사업추진팀은 수소연료전지 부품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FCH사업팀은 수분제어장치로 불리는 연료전지용 가습기를 판매하고 있다. 가습기는 연료전지 공기공급시스템 핵심부품이다.
FCM사업추진팀은 연료전지시스템 핵심부품 '스택(Stack)'을 구성하는 소재인 MEA(전극)와 PEM(전해질) 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부품도 코오롱의 새로운 사업이다. 코오롱글로텍 AP(Automotive Parts)사업팀은 2019년부터 자동차부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LFI(장섬유 사출 성형) 공법을 활용한 무도장 경량 부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내년부터 버스와 트럭에 적용될 예정이다.
코오롱그룹 사보 600호 발행을 맞아 '600'이라는 숫자를 몸으로 표현하는 이벤트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은 코오롱글로벌 조성흠 대리가 축하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6월 자회사 코오롱모듈러스를 설립했다. 코오롱모듈러스는 음압병동을 비롯해 청년임대주택과 오피스텔, 아파트 등 주거시설 분야에서도 모듈형 건축방식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엔 국립중앙의료원과 모듈형 음압병원 공급계약을 맺고, 30병상 규모 3층짜리 음압병동을 완공했다.코오롱 관계자는 "600호에 이르기까지 인쇄 사보를 중심으로 온라인, 모바일 환경 등 다양한 플랫폼의 사용환경을 제공하며 기업문화를 담아왔다"며 "최근에는 구독 환경 변화로 인쇄 형태의 사보 발행이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모든 세대의 구독자가 익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5000부 이상을 발행하며 인쇄 사보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구독이 불편한 사업 현장의 임직원들이나 인쇄 사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구독자 등을 위해서다. 구독을 신청한 임직원 가족에게는 매달 사보를 집으로도 발송한다. 또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을 통해서도 사보의 주요 콘텐츠를 제공한다.
[정승환 재계·한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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