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나라살림 전반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가 '재정준칙'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감염병 사태로 자영업 붕괴 등 경기악화가 심화하면서 정부 재정투입을 늘리자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폭증한데 따른 것이다. 오는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을 60%로 제한하고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3%를 상한선으로 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재정준칙이라는 것을 세우지 않고 균형재정 원칙을 암묵적으로 깔고 재정운용을 해오던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긴 하지만 기재부의 이런 방침은 여.야 양측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에서는 비상시국에 재정적자를 신경쓸 때가 아니라며 쓸데 없는 짓을 한다며 비난하고 야당에서는 예외를 많이 둔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인 맹탕준칙이라고 비판한다. 어느 쪽 주장도 일리는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살림을 둘러싼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고도 한참 지난 최근에 재정투입을 엄청나게 유발하는 '한국판 뉴딜'을 들고 나오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대체로 대통령 임기와 엇비슷하게 맞춰 대형 투자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의 마무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요 프로젝트의 핵심을임기 내에 정리하는 선에서 기획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상 상황이라는 것을 빌미로 재정적자의 폭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정부는 120여 조 원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계획을 세워놓았다"면서 "자기들은 일단 재정을 실컷 늘려서 쓰면서 폼을 있는 대로 내고 다음 정부 부담이 되거나 말거나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재정준칙과 관련해 "기재부가 미래 정부 더러 하라는 것은 내년 예산안 재량지출 중 120조원을 깎으라는 것"이라며 "본인들도 못하는 것을 다음 정부에 떠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의 무엇을 고치고, 어떤 병목을 어떻게 뚫어 일자리를 만드는 체질로 전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한국판 뉴딜처럼 몇몇 산업부문에 재정을 160조원 넣어 일자리 190만개 만든다는 발상을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기획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20년 후부터 국가채무비율이 줄어든다는 기재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대한 비판도 야당의 단골 메뉴다. 정부지출 총량을 경제성장률 이내로 한정한다는 조건을 끼워 넣은 전망이라는 것인데 기재부의 경제성장 전망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기재부는 오는 2060년 한국경제가 현재보다 3배 정도 명목 성장한다고 보고 2060년 재량지출을 350조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2020년 실질 기준으론 166조원이고 올해 재량지출 257조원보다도 35%나 작다는 계산이다. 경제규모는 커지는데 정부 지출은 내년 예산 기준으로 120조원을 깎아야 하는 수준이란 분석이다.
야당의 이런 진단이 맞다면 기재부가 생각하는 재정 운용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국차부채와 재정적자는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수단이자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게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정부에 재정지출을 늘리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런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보면 대규모 양적완화와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공조가 큰 몫을 한 것을 보면 단초를 알 수 있다. 양적 완화가 이뤄지면 국가부채가 늘어나지만 국채수익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는 것은 재정부담의 크기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위기가 증폭됐던 것은 그런 위기관리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적잖다. 문제는 현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적자 증가가 다음 정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계속 이전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이전될 때마다 부담을 떠넘기며 재정확대에 기댄 포퓰리즘이 판을 칠 가능성이 짙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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