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외환시장 안전판인 통화스왑 계약을 5년간 연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금융 리스크가 확대된 가운데 양국이 역내 금융 안정성을 다지자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2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중국인민은행과 원·위안 통화스왑 연장 계약 체결을 마무리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 10일 만료된 종전 통화스왑 계약보다 대폭 강화됐다. 스왑 규모가 70조원(4000억 위안·590억 달러)으로 종전 계약 때 맺었던 64조원(3600억 위안·560억 달러)보다 보다 6조원이 더 늘었다. 계약기간도 종전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한국은행과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8일 통화스왑 계약 연장에 실무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한중 통화스왑이 통상적으로 종전 계약과 비슷한 조건으로 연장됐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64조원 선에서 3년간 연장될 것으로 봤지만 훨씬 강화한 내용으로 계약이 갱신됐다. 그만큼 양국 금융 변동성에 대비한 단단한 '댐'이 필요해졌다는 방증이다.
국가 간 통화스왑은 급격한 외환 변동 등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도록 짠 계약이다. 외화 자금 조달 사정이 급해졌을 때 중앙은행이 돈줄을 하나 더 쥐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안전판에 비유된다.
기재부는 "이번에 체결된 한중 통화스왑 4000억 위안 규모는 중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계약 가운데 홍콩과 함께 가장 큰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계약 기간을 확대한 것도 추후 만기 연장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축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중 통화스왑은 지난 2008년 10월 560억달러 규모로 처음 체결됐다. 이후 같은 조건으로 2011년, 2014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연장돼 이달 10일 만료됐다. 2017년 갱신 때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양국 갈등으로 협정에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 중국, 스위스, 아랍에미레이트(UAE),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등 총 9개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이 중 캐나다와 통화스왑은 무제한·무기한 스왑 계약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국간 통화스왑 계약은 교역 증진, 금융시장 안정, 상대국 진출 금융기관 유동성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한다"며 "특히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무역대금을 자국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서 역내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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