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이 코로나19 파고를 넘지 못하고 3번 연속 유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3일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가격 입찰을 마감한 결과 한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전날 참여 의향을 밝힌 대기업 1곳, 중견기업 1곳 조차 가격 입찰에 불참했다.
한시적 매출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개입찰을 업계가 외면하면서 인천공항은 수의계약 또는 조건 변경을 통한 재입찰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궁지로 내몬 건 코로나19다. 지난 1월 공사는 제1여객터미널 8개 면세사업권을 입찰해 2개 사업자만을 선정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공사는 최소수용가능금액을 1차 입찰 대비 30%가량 낮추고, 정상수요 회복 전까지 최소보장금이 없는 영업료(매출액*품목별 영업요율)만을 납부하도록 한 매출연동제를 입찰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번 입찰을 포함해 2번 연속 유찰되는 수모를 겪었다. 인천공항은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발생 전의 60% 수준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매출 규모에 따라 임대료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면세업계의 관심을 예상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이번에 입찰 공고된 6개 사업권중 대기업(DF2·DF3·DF4·DF6) 사업권에 입찰 의향서를 낸 1개 사업자와 중소·중견기업(DF8·DF9) 사업권에 입찰 의향서를 낸 1개 사업자도 막판 가격 입찰을 포기했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이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입찰 조건을 완화했지만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을 담그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했다.
3연속 유찰이란 난관에 부딪힌 인천공항 관계자는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 두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이 검토할 수 있는 카드는 2가지다. 우선 같은 내용의 입찰이 2번 연속 유찰됐기 때문에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면세업계 안팍에서는 전날 참여 의향서를 낸 업체가 막판 가격 입찰에 불참한 것을 두고 '수의계약'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격 입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입찰 가격을 수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수의 계약을 노리는 경쟁 업체에 희망 가격대를 오픈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카드는 입찰 조건을 바꿔 새로 입찰 공고를 내는 것이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이 매출연동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했지만 2022년부터는 고정임대료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정 임대료 없는 매출연동제를 전격 도입하거나 매출연동제 도입 기간을 한시적으로 더 늘리는 등의 조건을 달아 입찰 공고를 내주길 희망하는 업체도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우리는 면세 업계의 어려움을 인정해 나름 배려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 보는 것과 차이가 크다"면서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후년(2022년)까지 어렵다고 전망하는데 업계의 의향을 들어본 뒤 수의계약을 할지, 조건을 완화해 입찰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력도가 많이 떨어진 것을 연속 유찰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투자 대비 매출이 적어도 시내면세점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면서 인지도 향상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었다"며 "수년새 시내면세점 경쟁이 과도해진 데다 코로나19로 매출이 90% 이상 줄면서 업계에서는 무리해서 공항에 매장을 둬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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