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1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각종 재정지표에 숨겨진 함의는 '돈 들어올 곳은 없는데 돈 쓸 곳은 정말 많다'는 것입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대외개방도가 큰 한국은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합니다.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그 자체로 허물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재정 악화 속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을 선택했습니다.
내년 총수입 증가율은 올해 본예산 상 추정치인(481조8천억 원) 대비 0.3% 느는 데 그치지만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512조3천억 원) 대비 8.5% 증가합니다. 총지출 증가율에서 총수입 증가율을 뺀 수치가 8.2%포인트로 역대 최대입니다.
총지출 규모가 총수입을 넘어서는 것도,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을 넘어서는 것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세수가 극히 부진한 가운데 지출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내년 국세 세입을 282조8천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세입경정(11조4천억 원·세수 부족 예상분 보충)을 반영한 3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세입 전망치보다 1.1% 많은 규모입니다.
내년 법인세수가 53조3천억 원으로 올해(이하 3차 추경 기준) 대비 8.8%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파가 큽니다.
소득세수(89조8천억 원)가 올해 대비 1.5% 증가하고 종합부동산세(5조1천억 원)가 54.0% 급등하며 간신히 국세 수입을 플러스로 만들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들어올 돈은 없는데 쓸 돈은 많다 보니 결과는 재정수지의 악화로 나타납니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인 89조7천억 원으로 불어납니다.
이로써 내년 국가채무는 900조 원을 훌쩍 넘는 945조 원까지 늘어납니다. 올해 연말 전망치인 839조4천억 원보다 105조6천억 원이나 많습니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올해 대비 3.2%포인트 오릅니다. 재정수지 적자는 109조7천억 원, GDP 대비로 5.4% 수준이 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수입 증가율이 연평균 3.5%에 그칠 것이라고 봅니다. 같은 기간 총지출 증가율은 5.7%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재정 상황의 추가 악화를 의미합니다.
정부는 2022년 국가채무가 1천70조3천 억원으로 처음으로 1천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9%로 처음으로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재정수지의 급속한 악화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재정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국가채무비율이 작년 말 30%대 후반(37.1%)에서 올해 40%대로 껑충(43.5%) 뛴 상황에서 2022년에는 50%를 돌파(50.9%)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60%에 육박(58.3%)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확장재정이 불가피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이 30% 후반에서 불과 5년 만에 50% 후반으로 증가하는 건 속도가 정말 빠르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선진국은 복지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어 복지 수요가 앞으로 급증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한국은 연금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고령화가 진전되면 앞으로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 재정 건전성이 추가로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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