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는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전세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거나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고 있습니다.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법 시행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지금 전셋집에 눌러앉으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들 전망입니다.
오늘(28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9㎡(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1일 보증금 7억9천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5월 16일 보증금 6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1억9천만 원이 뛴 것입니다.
성동구 금호동2가 래미안하이리버 114.3㎡는 14일 보증금 9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불과 2주일 전인 3일 7억4천만 원에 거래된 이후 1억6천만 원이 올랐습니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9㎡의 경우도 21일 보증금 8억9천만 원에 전세 계약이 돼 7일 8억 원에 거래된 지 2주일 만에 9천만 원이 올랐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셋값은 10억 원 안팎으로 치솟은 상태입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지난주까지 56주 연속 상승하며 1년 넘게 단 한주도 쉬지 않고 올랐습니다.
한국감정원은 "임대차 3법 추진과 매매시장 불안 등에 따른 영향으로 서울은 주거, 교육, 교통환경이 양호한 지역과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의 보증금 올리기는 서울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됩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 전세 매물을 내놨던 한 집주인은 최근 보증금을 기존보다 5천만 원 올렸습니다.
마포구 아현동 H 공인 대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4년 동안 보증금을 못 올려 받게 된다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5천만 원 이상 올려달라고 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일 테지만, 세입자들은 피가 마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성동구 옥수동 W 공인 대표는 "임대차 3법이 곧 통과된다는 소식에 지금 보증금을 올려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며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몇천만 원씩 올리고 있다. 워낙 전세가 귀하다 보니 세입자들이 오른 전셋값을 받아주면서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대차 3법 추진과 함께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전세를 빼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도 늘어나 전세 물건은 더 귀해지고 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D 공인 관계자는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둔 집주인 중에는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경우도 있고, 외지에 살아 실거주가 어려운 경우에는 그냥 집을 비워두고 전입신고를 해 거주 요건을 채우겠다는 움직임도 있다"며 "이 때문에 전세 물건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6·17, 7·10대책을 통해 보유세 인상에 나서면서 세금 인상분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지는 것도 전세 품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소급 적용될 것으로 알려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으려는 세입자들의 움직임도 벌써부터 전세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용산구 H 공인 대표는 "임대차 3법 시행 직전까지 전셋값이 크게 오를 텐데,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러 나가면 최소 수천만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금 사는 집에 최대한 더 거주하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전세가 더 귀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시행 초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세입자 보호 등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장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만간 발표될 공급 대책에 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내용이 담길지, 임대차 3법 국회 논의과정에서 적절한 보완책이 담길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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