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매운동 벌써 1년] ①◆
"국내에서 철수까지가 목표입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펼치며 소비자들이 세운 목표는 분명했다. 철수의 주체는 다름 아닌 유니클로. 단순히 일본 맥주여서, 일본 차여서 싫다는 차원이 아닌 '유니클로'여서 사면 안 됐다.
국내 패션업계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인 일본 브랜드였기 때문일까.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유니클로 매장 앞에는 소비자들이 'NO 재팬=NO 유니클로'란 푯말을 든 채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유니클로 순찰대'를 자처하는 소비자들도 나왔다. 이들은 매장마다 있는 손님 수를 체크해 노노재팬 등 온라인 상에 공유했다. 노노재팬은 일본 불매운동의 구심점이 된 사이트다. 텅텅 빈 유니클로 매장의 인증샷을 찍어 올린 SNS도 넘쳐났다. 어쩌다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의 주표적이 된 것일까.
"불매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유니클로 임원의 한 마디가 화근이었다. 2019년 7월 11일 오카자키 타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오카자기 타케시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패스트리테일링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깎아내린 이 말에 국내 소비자들은 곧장 분노했다.
현재는 폐점한 유니클로 부천 중동점 모습
설상가상 유니클로 내보낸 광고 속 위안부 폄하 내용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자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15초 분량의 이 광고에는 98세의 패션 컬렉터 할머니와 13세 패션 디자이너 소녀가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남겨 있다. 대화에서 소녀는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답했다.할머니의 답변에 국내 소비자들은 또 한번 분노했다. 할머니가 언급한 '80년 전'은 1939년으로 일제강점기 시기이자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한국인의 강제징용을 본격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분노한 소비자들은 유니클로를 타깃으로 불매운동을 더 적극 벌였다.
'안 가요 안 사요' 곤두박질 친 유니클로 실적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 실적은 그야말로 곤두박칠졌다. 2015년 이후 '매출 1조 클럽' 달성에 성공해 왔던 유니클로의 명성은 지난해 여지없이 깨졌다.
[사진 출처 = 택배연대노조]
한국에서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 중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한 9749억원을 기록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액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 2000억원대에 이르렀던 연간 영업이익은 19억원 적자로 전환해 충격을 안겼다. 올해에만 벌써 11개 매장을 추가로 폐점했다. 그 결과 2018년 186개까지 늘었던 매장 수는 올해 6월 기준 174개로 줄어든 상태다.유통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이전에는 유니클로가 젊은 층 등 집객효과가 좋아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스파(SPA) 브랜드 자체 인기가 시들어진 경향도 있지만 일본 불매운동 후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 매장 재임대를 하지 않는 쪽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니클로의 자매격 회사인 지유(GU)는 오는 8월 전후로 국내 3곳(롯데월드몰점·용인 수지 롯데몰점·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이 브랜드 아직도 안 망했어요?"
유니클로를 향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유니클로 포장지만 들고 다녀도 따가운 눈총을 받는 현실은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공하면서까지 판매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고, 아베 정권에서 한국에 대한 도발을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는 한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은 지속될 것이라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니클로와 같은 일본 브랜드는 이번 불매운동을 이끈 밀레니얼 세대에 익숙한데다 대체가능한 상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보니 불매운동의 표적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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