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한 일본 불매운동은 그 결과에서도 이들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되 대체 불가능한 일본 상품은 기꺼이 사는 현상을 통해서다. 이른바 '선택적 불매운동'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닌텐도사에서 내놓은 닌텐도 스위치 구매 열풍이 있다. 이 상품은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를 끈다. 특히 닌텐도에서 제공하는 '동물의 숲'이란 게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동물의 숲은 2001년 발매 후부터 꾸준히 신작을 내놓고 있는 닌텐도의 장수 게임으로 일본 불매운동 여파를 빗겨 나갔다.
지난 3월 동물의 숲 판매 웹 사이트는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다운이 됐다. 4월에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와중인데도 용산 아이파크몰에는 30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70대를 서로 사가기 위해서였다.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게임 칩과 닌텐도 스위치 기기는 5월에도 품절 행진을 이어갔다.
닌텐도 스위치를 국내에 유통하는 대원미디어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스위치 판매량은 8만284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늘었다. 일본 불매운동 속에서도 판매량은 역주행했다.
슈즈 편집숍 ABC마트의 매장 수는 불매 운동 속 오히려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BC마트에 따르면 매장 수는 2019년 8월 253곳에서 2020년 6월 276곳으로 23곳 늘었다.
실적 선방에 성공한 곳도 있다. 아식스코리아는 2018년도 영업이익에서 92억원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47억원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매출 역시 한 자릿수 감소폭에 그쳐 다른 일본 기업들과 대조를 이뤘다.
이같은 역주행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일단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운동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면서 미처 이들 기업까지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쏟아붓지 못했다란 분석이다.
실제로 ABC마트의 경우 신발을 유통업체 일 뿐 판매하는 운동화 브랜드는 나이키,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것들이 대부분이다. 판매 상품만 두고 봤을 땐 일본 브랜드란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 사이 이같은 '선택적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선호하는 일본 제품에 대해 대체 가능한 상품이 없다라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1년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력이 일본과 맞먹으며 대체 가능한 상품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국내에서 철수키로 한 닛산의 경우 얼마든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차를 찾을 수 있지만 닌텐도 게임처럼 일본 오리지날 제품이 주는 특성을 모방하기 어려운 탓에 일본산인 줄 알지만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일본 불매운동의 양상은 좀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소비자로부터 계속 외면받는 일본 제품이 있는 반면 잘 팔리는 일본 제품 역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 교수는 "1년 전 불매운동 초기에는 제품군과 상관없이 일본 브랜드라면 안 가고, 안 샀다지만 1년이 지나면서 '지속가능한 불매운동'으로 변화되는 모습"이라며 "이 때 높은 품질의 일본 제품이나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욕망까지 제어할 순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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