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양대 노총이 참여한 가운데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마련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협약식이 무산됐다. 협약식 직전 민주노총이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1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정세균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한국경총 손경식 회장,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경영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 노사정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협약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10시 30분으로 예정된 협약식 직전 민주노총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행사가 취소됐다.
당초 이날 노사정은 오전중 올해 안에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휴업수당지급을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늘리는 등 최종 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정부가 파격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노동계 요구였던 고용안정성도 강화하는 대신 경영계는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노조의 기업경영에 필요한 조치에 최대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협약식에 앞서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합의안 추인 회의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합의문에 반대하는 비정규직 단체 등의 격렬한 저지에 밀려 조인식장으로 출발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회의장 앞에 대기중인 비정규직 단체 조합원들은 현재 15층 회의장에서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통로를 막아섰다.
전날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고용유지지원금 최대 75→90% 상향 조치를 오는 9월까지 3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고용유지지원금 3개월 연장은 고용보험법 고시 개정으로 가능하다. 또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한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을 추가 60일 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사업주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고도 경영상황이 회복되지 않아 노사가 합의하여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무급휴직 지원금을 신청하는 경우, 지원금 지급요건을 '90일 이상'의 무급휴직 실시에서 '30일 이상'으로 단축키로 했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경영 부담을 줄이는 대신 해고 등 인력구조조정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월20일 개최됐던 노사정대표자회의 당시 모습. [사진 제공 = 국무총리실]
노조측이 일관되게 도입을 주장했던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의 로드맵도 연말까지 마련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정부 입법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하며 노사 및 당사자의 의견도 수렴한다.노사는 고용 유지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
합의문에는 "경영계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영 악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 개선 노력을 선행하고,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발휘하여 고용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고 적시됐다. 또 "노동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급감 등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이에 적극 협력한다"고 명시됐다. 노사정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 산업현장에서 노사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노사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한 교섭 타결에 최대한 노력하며,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문구도 삽입됐다.
그러나 결국 민주노총이 이날 불참을 통보하면서 향후 사회적대타협은 다시 미궁으로 빠질 전망이다. 정세균 총리를 비롯해 정부는 민주노총 측을 계속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부분열이 발생한 민주노총이 대화장으로 다시 나올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월20일 개최됐던 노사정대표자회의 당시 모습. [사진 제공 = 국무총리실]
노사정은 애초 전날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노총 일각에서 합의안에 반대하면서 계획을 하루 미뤘는데 다음날인 1일에도 결국 불발된 셈이다. 민주노총은 전날 김명환 위원장 주재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표자회의 최종 합의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대화를 제안했던 김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제 거취를 포함해 판단하겠다"며 자리를 걸고 합의안 추인을 독려했다. 결국 협약식이 취소되면서 김 위원장의 거취 역시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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