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SUV의 장을 연 레인지로버가 지난 17일 50주년을 맞이했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이 됐다.
'도전과 모험의 아이콘' 랜드로버가 만든 럭셔리 SUV답게 레인지로버의 반세기는 도전과 모험의 연속이었다. 하늘의 명을 받은 듯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도전과 모험이 따르는 '세계 최초' 기록으로 럭셔리 SUV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달리는 기록 제조기'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라는 뜻에 걸맞게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다른 SUV와 달리 고급스럽고 안락한데다 길 아닌 길도 달리는 성능에 힘입어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칭도 얻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전차량으로도 사용됐다. 더불어 레인지로버에는 "잘났어, 정말"이라는 부러움 어린 시샘도 따라다녔다.
[사진 제공=재규어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지난 1970년 6월17일 '레인지로버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스펜서 킹(Charles Spencer King)의 주도 아래 만들어졌다.뛰어난 오프로드 성능과 당시 랜드로버의 모기업인 로버사 세단의 뛰어난 승차감 및 온로드 주행성을 겸비한 차가 개발 목표였다.
강력한 견인능력과 당시 4륜구동 차로서는 최고 수준인 시속 144.8km에 달하는 최고 속도 ,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 성능으로 주목받았다.
기술 부분에서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수차례 거머쥐었다. 1세대 레인지로버는 세계 최초로 상시 4륜 구동(4WD) 시스템을 탑재했다.
1989년에는 ABS 안티록 브레이크를 4륜구동 차 최초로 장착했다. 안티록 브레이크는 자동차가 급제동할 경우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한다.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기능이다.
1992년에는 4륜구동 차로는 처음으로 전자 트랙션 컨트롤(ETC)과 자동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 온·오프로드에서 특유의 정제된 주행감을 선보였다. 전자 트랙션 컨트롤은 극한 상황에서 엔진 토크를 최대 100%까지 배분, 접지력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2009년에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장착했다. 이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차체와 주행 제어를 최적화해준다. 연속 가변 댐핑을 사용해 차체를 제어하고 롤링을 줄여준다. 이를 통해 온로드에서도 안정적이고 편안한 승차감을 발휘한다.
실시간 조절하는 댐핑은 초당 최대 500회의 차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차체를 제어한다.2014년에는 험난한 지형을 주행할 때 운전자가 선택한 적절한 저속을 자동 유지해주는 전지형 프로그래스 컨트롤(ATPC)을 세계 최초로 장착했다.
[사진 제공=재규어랜드로버]
2012년 출시된 레인지로버는 세계 최초 올 알루미늄 SUV로 진화했다. 세계 최초로 첨단 경량 알루미늄 바디 구조를 적용해서다. 이를 통해 차체가 가벼워지고 연료 효율성은 향상됐다. 바디 강성도 강화됐다.레인지로버의 도전과 모험은 기술 부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레인지로버는 1972년 파나마와 콜롬비아 사이에 위치한 극한 오지인 다리엔 갭(Darien Gap)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죽음의 랠리'라 부르는 파리-다카르 랠리에서는 1979년과 1981년 두 번 우승을 차지했다.
자동차로는 처음으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됐다. '달리는 역사'를 쓴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사진 제공=재규어랜드로버]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럭셔리 플래그십 SUV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줄 2020년형을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모델이 가지고 있던 럭셔리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전자의 편의를 높이고 편안한 주행을 제공하는 진일보한 안전 및 편의 사양을 탑재한 게 특징이다.2020년형 레인지로버는 플로팅 루프, 부드럽게 이어지는 웨이스트라인, 한 장의 알루미늄 판으로 제작한 클램쉘 보닛은 플래그십 SUV에 어울리는 기품을 추구했다.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레인지로버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전지형 퍼포먼스, 최상의 정제성과 럭셔리가 결합된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SUV"라며 "앞으로도 레인지로버는 독보적인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고유의 역사를 이어감과 동시에 모던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로 변함없이 럭셔리 SUV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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