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연주 씨(가명·33)는 이달 중순 서울 시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이 완전히 멎지 않은 만큼 결혼을 미룰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기약없이 식을 연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결혼식을 순연했다. 대신 참석자 규모를 기존 600명에서 300명 수준으로 줄였다. 하객들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식도 간소화했다. 박씨는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방문해주신 하객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기억나고 감사인사를 직접 전할 수 있어 더 뜻깊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호텔 방문객들의 행동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초스몰화·간소화되던 호텔 결혼 트렌드는 더욱 뚜렷해진 반면 '호캉스족'들은 더 긴 시간을 호텔에서 보내고 있다. 결혼식의 간소화는 참석한 하객들이 접촉하는 시간을 최소화해 경조사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호캉스족들의 체류 시간이 길어진 배경에는 내국인 수요를 잡기 위한 호텔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5개월동안 이 호텔에서 이루어진 스몰웨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호텔에서는 주로 300명 이상의 하객이 참석하는 결혼식을 대규모, 100명 이상~300명 미만 규모를 중규모, 50명 이상 100명 미만 규모를 소규모 웨딩으로 구분한다. 규모가 그보다 작은 '초스몰웨딩'도 2016년에는 전체 결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5%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 플라자'에서도 이같은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혼주들과 상담을 해보면 하객들을 초청하는 것 자체를 민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지 않아도 작아지고 있던 결혼식 규모가 이제는 200명이 넘는 결혼식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4~5월 사이 이루어진 결혼식 중에서는 당초 300명 이상 대형 행사로 기획됐지만 테이블 간 간격을 넓히기 위해 50명~100명 가량 하객 수를 줄인 경우가 많았다.
작은 결혼식들은 절차도 간소화하는 경향이 높다. 식사나 신부대기실에서의 리셉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하객들이 밀폐된 공간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식사 공간 없이 연회장만 대관하는 결혼식에서 하객들이 간단하게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차(茶)와 다과로 구성된 '드리다' 패키지를 내놨다. 신부대기실이 아닌 연회장 앞 포토월에서 하객을 직접 맞이하고자 하는 커플을 위해 취향껏 포토월을 꾸밀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놨다.
반면 호캉스족들은 호텔에서 더 오래 머물지 못해 안달이다. 코로나 이후 체크아웃 시간을 늘려주는 '레이트 체크아웃' 옵션은 기본이 됐을 정도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롯데호텔 제주는 기존 오전 11시에서 일반실은 오후 2시, 스위트룸은 오후 6시까지로 체크아웃 시간을 연장했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은 최대 21시간까지 투숙 가능했던 시간을 최대 30시간까지 늘린 '룸콕' 패키지를 6월까지 운영한다. 최근 서울 시내 5성급 호텔로는 이례적으로 GS홈쇼핑에서 숙박 상품을 판매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도 특가 패키지에 오후 3시 레이트체크아웃 옵션을 추가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도 6월 한달간 오전 9시에 체크인한 후 다음날 밤 9시에 체크아웃해 36시간까지 객실에 모물 수 있는 '36 아워 스테이' 패키지를 출시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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