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이후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오랜 숙원을 담은 '소프트웨어(SW) 진흥법' 개정안이 20일 국회를 통과했다. 2000년 제정된 SW산업진흥법을 약 20년 만에 전면 개정한 법이 1년 6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업계는 공정계약 정착과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SW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일부 사업에만 허용하는 '대기업 참여제한'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업계에서 가장 반기는 것은 '원격지 개발 활성화'와 '민간투자형 SW사업 대기업 참여 허용'이다. 원격지 개발이란 일정한 보안요건을 갖춘 회사라면 원하는 개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SW사업 발주시 사업자가 수행장소를 제안하도록 규정해 개발자들이 사업자가 정한 장소에 출근해서 일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원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고, 개발자들이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된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근무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투자형 SW사업 허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간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공공-민간 매칭펀드 방식 등으로 진행되는 '민간투자형 공공SW사업'에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주관하는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은 공공사업으로 분류돼 대기업 참여가 불가능했지만, 민간에서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는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또 SW사업 심의기구(과업심의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공공SW사업 발주시 요구사항 분석과 설계, 개발·구축 사업을 분리해 발주하도록 했다. 프로젝트 진행 도중 변수가 많은 업종 특성을 고려해 과업 변경·추가 시 적정대가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고, 요구사항 분석서·SW설계서·소스코드 등 SW사업 산출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개발사의 지식재산권을 일부 인정해줬다.
'상용SW'라는 용어도 추가됐다. 국가기관이 필요한 '상용SW 정품' 구매 예산을 확보한 뒤 사업을 추진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특히 상용SW를 서비스형태로 이용하는 계약을 우선고려하도록 하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업계의 목소리를 잘 반영한 개정안"이라며 "공정한 SW생태계를 조성하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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