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수출쇼크가 눈덩이처럼 번지고 있다. 소비, 투자에 이어 성장을 지탱하던 수출마저 무너지면서 실물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흑자행진을 이어온 무역수지 '둑'도 허물어지면서 코로나 충격파가 우리 경제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6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3% 폭락했다. 조업일수가 6.5일에서 5일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평균 수출액은 30.2% 감소했다.
매월 1일에서 10일 사이 수출입 현황은 단기 통계이기에 수출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짐작하는 의미가 크다. 또 한국 수출 특성상 월말에 수출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 월간 통계에서는 이보다 타격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69억달러 수출액은 매월 1~10일 수출입동향을 집계한 2016년 4월 이후 가장 적은 수출액이다. 또한 46.3%의 하락폭도 1~10일과 월간 통계를 모두 고려해도 가장 큰 낙폭이다.
수출 폭락은 한국의 주력산업 전반에서 나타났다. 반도체 -18%, 무선통신기기 -36%, 석유제품 -76%, 자동차 -80% 등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29%, 미국 -55%, 유럽연합(EU, -51%), 베트남 -52%, 일본 -48%, 중동 -27% 등이다.
지난해 수출전선은 반도체 가격 하락,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금은 2분기 무역수지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올해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경기 평택·당진항 친환경차 수출현장을 공중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것. <...
코로나19로 인해 전방산업인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등에서 수출 부진이 시작되자 후방산업인 반도체 등에서도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무역급랭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최종 수요처인 중국, 미국, EU 등에서 수요가 부진하자 한국의 생산거점인 중국, 베트남을 거친 수출액도 급감한 것"이라며 "단기간에 수출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2~3개월 가량은 수출 급감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유가하락도 수출 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두바이유는 지난해 5월 배럴당 69달러에 거래됐으나, 올해 5월에는 평균 2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배럴당 가격이 72%가량 하락한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76%, 원유 수입액은 74% 폭락했다.
자동차의 경우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해 수출량이 급감했다. 이 외에도 인도의 경우 지난 4월 전국 자동차 판매량이 0대를 기록하는 등 여파가 자동차 수출에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수출액 감소가 수입액 감소폭보다 더 컸기에 무역수지 적자는 심화할 전망이다. 5월 1일~10일 수입액은 9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이에 따라 5월 1일~10일 무역수지는 26억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4월에 이어 연달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올해 연간 무역수지도 흑자폭이 크게줄었다. 올해 1월1일부터 5월 10일까지 무역수지는 4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03억달러에 비하면 흑자금액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5월까지 4월에 이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면 2012년 1월과 2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지 4년3개월 만에 또 다시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달 적자로 인해 99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기록이 붕괴한 시점에, 오히려 적자 기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은 최소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며 심하면 하반기에도 마이너스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