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신 기부금으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안을 정부가 꺼냈지만, 직장인 10명 중 4명은 기부를 해도 혜택을 전혀 못 받는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금하겠다고 밝히면 연말정산 방식으로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15%)을 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즉, 100만원을 기부하면 납부해야 할 세금을 감면해 15만원을 돌려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납부할 세액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기부를 해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모두 비환급성으로 내가 납부할 세금이 없으면 공제의 혜택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연말정산 신고 기준 근로자 1858만명 중 과세미달자는 722만명이었다. 10명 중 4명이 이같은 '면세자'라 기부를 해도 '0'원을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연간 총 급여액이 3083만원 이하인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는 자영업자 중에서는 10명 중 2명이 면세자다.
특히 이같은 비환급성 세액공제 방안이 저소득층에게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소득층은 노블리스 오블리주 기부는 세금을 공제받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사회연대 의식해 기초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한 평범한 국민들이 아무런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건 불합리하고 모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는 3개월간 별도의 신청이 없으면 기부금으로 간주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저소득층의 경우 이 기간을 놓치면 15만원조차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근로장려세제처럼 납부하는 세액의 여부에 상관없이 환급형 기부 특별세액공제로 규정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급형은 낼 세금(결정세액)이 0원인 경우에도 정해진 비율만큼 돌려주는 제도다.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인센티브 방식이 정작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여러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금저축이다. 최근 저소득층의 연금저축은 계속 줄고 있는 추세인데, 전문가들은 세액공제 도입 이후 과세미달자의 경우에는 환급받을 세액공제액이 없어 연금저축을 납입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재부 측은 "기부금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고 다만 정부는 관련되어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취지라"며 "면세점 이하에 소득이 없는데도 기부한 분들에게 추가적으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로 올해 일시적으로 소득이 줄어들어 면세점 이하가 된 사람의 경우에는 차후에라도 환급 받을 수 있도록 10년 간 이월공제를 제공한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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