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4년 만에 50만원대 아이폰 출시로 중저가 시장에 재도전한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한 애플이 다시 보급형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24일 '아이폰SE'를 미국 등 1차 출시국을 대상으로 공식 출시한다. 64GB, 125GB, 25GB 모델 세 종류며, 출고가는 각각 399달러(약 49만원), 449달러(약 55만원), 549달러(약 67만원)다. 국내 출시일은 미정이지만 5월 첫째 주 중으로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출고가는 각각 55만원, 62만원, 76만원이다.
이번 신제품은 애플이 2016년 선보인 아이폰SE의 후속작이다. 명칭만 같고 스펙과 디자인은 훨씬 향상됐다. 그간 소문으로 신제품 명칭이 '아이폰SE2', '아이폰9' 등이 되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많았지만 최종 명칭은 전작과 같은 아이폰SE으로 결정됐다.
애플이 4년 만에 중저가 제품을 다시 꺼내온 만큼 업계에서도 기대가 크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 시리즈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된 탓에 다양한 고객군을 아우리지 못했지만, 저렴한 라인업 출시로 소비자 선택지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거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구형 아이폰SE는 큰 흥행을 거두진 못했다. 출고가는 신형 아이폰SE와 비슷한 56만8000원이었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큰 차별성이 없었다. 2016년 출시한 아이폰6가 79만98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23만원 차이가 고작이다.
때문인지 구형 아이폰SE 판매량은 낮았다. 성능 대비 비싼 가격 탓에 판매량이 아이폰6의 3%라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구형 아이폰SE 출시 당시 분위기는 프리미엄폰이 아님에도 출고가가 높아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분위기가 상당했다"며 "중고폰 시장에서도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높았다"고 말했다.
아이폰SE. [사진 = 애플]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하고 중저가 라인업에 트라우마가 있는 애플이 아이폰SE 후속작을 다시 꺼내든 무엇일까. 이는 신흥시장을 공략하고 혁신 없는 고가 정책에 대한 지적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아이폰을 구매했던 이유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사용자 경험과 활용성 높은 앱, 출시 때마다 추가됐던 혁신적인 기능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모습은 점점 퇴색돼 갔고 혁신의 아이콘의 애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스마트폰 교체 시기가 길어지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다소 정체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또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라인업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더 이상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도 중저가 제품에 힘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작년부터 갤럭시A 중저가 라인업에 신기술을 우선 적용하는 등 '혁신'을 프리미엄 제품에만 국한하지 않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LG전자 역시 프리미언 라인업인 G·V시리즈를 버리고 '매스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최근 밝혔다. 매스프리미엄은 프리미엄 제품에 준하는 성능을 갖추되 가격은 살짝 낮춘 제품을 말한다. LG전자가 내달 출시한 '벨벳'의 출고가는 80만원대 정도다. 프리미엄 제품대비 20만~40만원가량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애플이 아이폰SE을 50만원대로 저렴하게 출시하면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관측한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아이폰 신제품 보면 가장 싼 제품이 99만원 정도라 구매 장벽이 상당히 높았다"며 "구형 아이폰SE의 경우 기존 프리미엄 제품과 가격적인 면에서 차별성이 없었지만, 이번에 나온 신형은 절반 수준으로 큰 경쟁력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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