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영업을 종료합니다."
경기침체에 일본 불매 운동, 여기에 코로나19라는 '3중고'가 덮치면서 유통업계에 '폐점 공포'가 짙어지고 있다. 단순히 특정 브랜드 매장 한두 개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들 주변의 식당, 유통매장 등이 잇달아 사라지면서 지역 상권의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
일본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서울 엔터식스 상봉점은 18일을 마지막으로 폐점했다. 이날 문을 닫은 매장은 환불 장소 및 가까운 매장 등을 고지했다. 유니클로는 이달내 상봉점을 포함, 엔터식스 강변점(21일) 엔터식스 왕십리점(23일) 현대백화점 중동점(29일) 등 총 4곳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매장 재편 과정의 일환으로 상반기 다른 지역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을 여는 매장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 중구 명동의 유명 일식집 '복수사'의 폐업도 이용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서울 명동의 26년간 터줏대감이자 대표 일식집으로 명성을 날리던 복수사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던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인 매출 하락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난을 견디지 못한 복수사는 3개월째 임대료를 내지 못했고, 결국엔 이는 임대 계약 해지 사유로 지난해 말 가게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식당 폐업 등 철거를 담당하는 고용준 전국철거인연합회 관리책임자는 "식당 폐업이 1~2년 전 대비 30% 가량 늘어난 것 같다"며 "일식당 폐업 역시 과거 대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세청 국내 사업자 조사에 따르면 일식전문점 숫자는 2019년 8월 1만 8312곳에서 2019년 11월 1만 8161곳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꽃집·식당 등이 매년 2월이면 누리는 '졸업식 대목' 마저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을 취소하는 대학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남대문 꽃시장 상인 김 모씨는 "장사가 잘 되는 2월에 매출이 오히려 평소 대비 3분의 1로 뚝 떨어졌다"며 "이같은 매출 하락 조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남대문 꽃시장은 매출 하락 여파로 상가 공실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조화 업체들 중에서만 지난해 20% 정도 문을 닫아 현재 34개 매장만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졸업·입학 시즌인 요즘 전국 주요 식당들 역시 예약은 고사하고, 텅 빈 테이블만 즐비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일(1월20일) 이후 2주간 외식업체의 85.7%가 고객 감소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고객 감소율은 29.1%였다.
여기에 유통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문을 닫는 매장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롯데그룹이 700여개 매장 중 200여개를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헬스앤드뷰티 스토어 '부츠', 잡화 전문점 '삐에로 쇼핑' 은 이미 지난해 사업 축소를 밝힌 가운데 이번 달에도 폐점 매장이 속속 늘고 있다. 현재 삐에로쇼핑은 총 5개 점포를 운영중이며 이달 29일자로 서울 천호, 코엑스점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부츠는 지난 16일 서울 신촌, 대치 그리고 경기 의왕점 등 총 3곳을 폐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경영 키워드인 '수익성' '효율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중"이라며 "일부 점포 영업 종료료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부분 업체들은 일부 매장 폐업을 진행하면서 해당 매장 인력을 인근 매장으로 배치하면서 인력 구조조정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업체 직원들의 불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인력 재배치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폐점이 지속될 경우 일자리가 사라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어느 순간 내 일자리도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윤재 기자 / 강인선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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