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8월 이후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5건 중 4건의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이상을 지목한 보고서를 6일 발표하자 해당 배터리를 제조한 LG화학과 삼성SDI는 정부 조사단이 제시한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정부 조사단의 발표와 관련해 LG화학은 "배터리가 ESS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삼성SDI도 "배터리는 ESS 화재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못박았다.
우선 LG화학은 지난 4개월동안 실제 ESS 설비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 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고, 조사단에서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라는 근거로 제시한 양극 파편, 리튬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도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거나 배터리 사용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작년 8월 화재가 발생한 충남 예산의 ESS 사업장과 같은해 9월 불이 난 경북 군위의 ESS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배터리 내부의 용융 현상에 대해 LG화학은 배터리 외부의 열에 의해서도 용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융은 고체가 열로 인해 액체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산 사업장과 같은 모델의 배터리로 같은 시기에 구축된 사업장에서 수거한 배터리 내 양극판에서 일부 파편이 발견됐고, 군위 사업장에서 타지 않고 남은 배터리 음극판과 불리막 사이에 이물이 존재했다는 조사단 발표에 대해서는 이물이나 파편이 안전성강화분리막(SRS)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화재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SRS는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을 크게 강화한 분리막으로 입자가 강한 철조차도 분리막을 관통할 수 없다고 LG화학은 강조했다.
예산 사업장 인근의 사업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의 분리막에서 발견된 리튬석출물에 대해서는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타고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밖에 없다고 LG화학은 설명했다.
삼성SDI는 "ESS에서 배터리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가연물로 화재를 확신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화재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정부 조사단의 전제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작년 9월 화재가 발생한 강원 평창 사업장의 운영 기록에 나타난 저전압, 이상 고온, 랙 전압 불균형 등이 화재 원인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 데 대해 삼성SDI는 "화재 (발생)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으로 화재 원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배터리 보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근거로 조사단이 제시한 운영 기록에 대해서는 "화재 발생 3개월 전 데이터를 제시했다"며 "운영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충전율이 급등락한 이력 역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작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삼성SDI는 설명했다. 특정 배터리 셀의 전압이 한계에 다다르면 충전율 표시량이 강제적으로 0%나 100%로 변환돼 충방전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각 셀들의 충전율의 평균으로 나타나는 전체 충전율이 크게 급등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불이 난 김해 사업장의 배터리 분리막에서 나타난 황반점과 갈변현상에서 각각 검출된 구리와 나트륨 성분에 대해 삼성SDI는 배터리 사용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화재와 관련이 없다라며 "사람이 늙으면 피부에 생기는 기미나 검버섯이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평창 사업장과 같은 시기에 생산된 동일 모델의 배터리 양극판에서 내부 손상이 검출되고 김해 사업장의 배터리 음극판 알루미나 코팅층이 훼손된 데 대해서는 배터리를 해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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