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 콩그레스(MWC)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대 스폰서인 중국 기업들의 참여율이 낮아진데다 세계 각국 바이어들도 잇따라 일정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0만명을 웃돌았던 MWC 관람객이 올해는 3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함에 따라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을 우선시해 MWC 2020 전시 참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WC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 중 참가 취소를 결정한 것은 LG전자가 처음이다. LG전자는 MWC에서 새 스마트폰인 'V60 씽큐'와 'G9 씽큐'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다음달께 국가별로 개별 공개행사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LG전자는 글로벌 이동통신사들과 사전에 약속한 미팅은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나라의 바이어들이 MWC 참석을 잇달아 취소해 현지 미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ES나 MWC 같은 글로벌 전시회의 경우 전년도 전시가 끝나는 1년 전에 전시장 사용료 등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된다. 행사를 전후해 근처 숙소와 항공료 등도 천정부지로 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막대한 취소 수수료를 감수하면서 전시를 취소하고 있다.
작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2019 현장의 화웨이 부스. 화웨이는 최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전세계 바이어와 관람객을 맞았다. 올해 열리는 MWC 2020에도 예년처럼 대규모 부스를 차릴 예정이다. [매경DB]
MWC 주최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현재까지는 MWC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올해 처음 참가하는 기아자동차 등이 부스를 차린다. 그러나 이 회사들도 전시 필요인력과 글로벌 바이어 상담 인력 등 꼭 필요한 부서만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수십명 씩 참관단을 꾸렸던 중견기업들도 참관단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현재까지는 참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도 대책회의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G 장비를 선보이는 노키아와 퀄컴 등은 계획대로 부스를 꾸밀 예정이다.MWC 최대 스폰서인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은 올해도 대형 부스를 차리고 예년처럼 해외 바이어들을 만난다. 통상 중국인은 MWC 관람객의 30%를 차지한다. 예년대로라면 약 3~4만명의 중국인이 사흘간 MWC 행사장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중국 내 이동이 제한적인데다 스페인에서도 이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상황이어서, 까다로운 입출국 절차를 의식한 중국인 관람객들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WC는 관람객들이 올해 나올 신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보는 행사가 많기 때문에, 중국인 참석자들을 의식해 감염 위험성도 높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한편 이달 17~1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대한민국 혁신산업 대전'도 무기한 연기됐다. '한국판 CES’를 표방하며 준비했고 대통령도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이 심상치 않자 연기한 것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OTRA,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창업진흥원, 전자부품연구원 등 6개 공동주관기관은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확산에 따라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전시회 개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주최측 관계자는 "참가기업들과 전시회 개최여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 왔으며, 금번 연기로 인한 기업애로가 최소화되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며 "참가기업들과 논의해 추후 적절한 시기에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을 다시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신찬옥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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