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때 '빈곤한 대국'으로 불리던 중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GDP라는 총량을 기준으로 이미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1인당 GDP 1만 달러라는 상징적인 목표 달성을 자축하면서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이제는 심각한 빈부 격차 해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9년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이 확실시됩니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작년 7월 2018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9천732달러를 기록해 1만달러 선에 바짝 근접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작년 1∼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2%를 기록했습니다. 국제 금융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작년 한 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1%가량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대 중국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1인당 GDP 1만달러의 관문 돌파는 중국인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성취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신중국'이라고 부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서기 전까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고속 경제성장을 거듭했지만 2000년에 이르러서도 중국의 1인당 GDP는 1천 달러에 채 미치지 못했는데 근 20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세계은행(WB)은 1인당 GDP가 1만2천375달러 이상인 국가를 '고소득 국가'(high-income countries)로 분류합니다. 이런 점에서 1978년 개혁개방이 본격화한 이후 40여년간 중국이 이뤄낸 성취는 괄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결과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집정 구호로 내세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국내 지도력을 공고히 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중국공산당은 장기 국가 목표로 '두 개의 100년'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나는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하고 현대화된 국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1인당 GDP 1만 달러 돌파는 시 주석이 2021년 역사적인 임무를 완수했음을 선언하는 대표적인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SCMP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 속에서도 1인당 GDP를 1만 달러로 늘리는 결정적인 장애물을 돌파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평균이 주는 착시에 빠져 환호하지 말고 빈부 격차 해소, 국민의 실질 구매력 확대, 산업 구조 선진화 등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분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역설적으로 매우 심각한 빈부 격차 문제는 중국공산당 일당 통치의 명분을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공산당이 직면할 최대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타이(中泰)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쉰레이(李迅雷)는 중국증권보에 "GDP 고속 성장만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며 "소득 구조를 개선하고 내수를 확대하는 한편 기술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중진국의 함정을 피해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국가는 부자인데 개인은 가난하다'는 불만을 표출했던 일반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나라의 발전만큼 자신의 삶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작년 7월 자국의 1인당 GDP가 1만달러에 근접했다고 발표하자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자조하는 누리꾼들의 글들이 봇물 터진 듯 쏟아졌습니다.
실제로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의 요인으로 중국의 2018년 1인당 가처분 소득은 2만8천228위안(약 4천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는 미국(5만203달러), 멕시코(1만6천310달러)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개혁개방 이후 분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오면서 중국에서는 극심한 빈부 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중국 안팎에서는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이 역설적으로도 '부자의 천국'이라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세계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속세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부를 대물림하려는 부유층들이 상속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또 평균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주택 가격이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지만 주택 보유세가 따로 없습니다. 부동산 보유세 도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지는 10년이 넘었으나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와 세금 계산·징수에 대한 이견 등으로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2017년 지니계수는 0.467로 0.5에 가까웠습니다.
불평등의 척도로 쓰이는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우면 소득 분배가 평등하게, 1에 가까우면 불평등하게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통상 0.4가 넘으면 그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중국의 민간 학계에서는 중국의 실제 지니계수가 정부 발표 수치보다 훨씬 높은 0.6을 넘는다는 발표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는 폭동과 같은 극단적 사회 갈등이 초래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소득 격차 해소 문제는 중국이 고속성장기를 마감한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고속 성장기에서 기층 민중은 국가의 발전과 자신의 삶이 동시에 개선된다고 느끼게 되며, 높은 경제성장률은 자연스럽게 기층 민중의 사회 불만을 무마하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공 행진을 하던 성장 속도가 점차 줄면서 나타나는 경기 둔화 현상은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인 농민공(農民工)과 도시 기층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가장 먼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6%로 정점을 찍고 2018년 6.8%를 기록하면서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6%대 성장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서는 대단히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굴러가지 않는 자전거가 좌우로 흔들릴 수 있듯이 경제성장률을 안정적으로 낮추는 연착륙은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 큰 과제인 점 역시 분명합니다.
중국 당국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 선언에 앞서 농촌 등 저발전 지역에 집중된 절대 빈곤 해소를 '전투'라고 부르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의 여파 속에서 기층 민중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고용 안정 문제를 최상의 사회 안정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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