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이 확대되지 않고서는 온실가스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6회 미세먼지 국민포럼'에서 이처럼 경고했다.
박 위원은 "문재인정부가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부족한 전력 수급량을 액화천연가스(LNG)로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미세먼지, 온실가스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최근 2년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큰 폭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원전 가동률이 65.9%까지 떨어지면서 유연탄 사용량은 정부의 탈(脫)원전 이전인 2016년 대비 14.7% 증가했고, LNG 사용량은 1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원자력 발전량 시나리오에 따른 2030년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치를 내놨다. 현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따를 경우 한국은 2030년 목표치보다 5490만t을 초과 배출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적은 5억3600만t으로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앞서 유엔환경프로그램(UNEP) 역시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발표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EGR) 2019'에서 한국이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 등을 들며 한국의 2030년 탄소 배출량이 목표치보다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하면서 발전 부문에서 총 5780만t을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3410만t 추가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반면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예정대로 건설할 경우,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목표치보다 853만t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계획된 신규 원전 8기를 모두 건설할 경우에는 이 같은 여유분이 4467만t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은 "이렇게 되면 산업 부문 등 다른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덜 줄여도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원전이 줄어든 탓에 친환경에너지 비중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2040년까지 80%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경우, 산업화 이전 대비 2100년 온도 상승 폭을 최대 1.5도까지 낮추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며 "안전성이 확인되는 한 원전을 계속 운전하도록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성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현재와 같은 수준대로라면 2030년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며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풍향 패턴이 바뀌고 대기 정체가 심해져 미세먼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라도 기후변화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다시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던 유럽연합(EU)의 유럽의회는 지난달 29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 가동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온실가스 감축을 확대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기후변화 목표 달성과 상당한 양의 유럽 전력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한 것이다.
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이달 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터키포인트 3·4호기 원전의 수명을 80년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향후 10년간 새롭게 건설될 예정인 원전도 세계 34개국에서 총 100기 이상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기존에 원전을 보유하지 않았던 20개국도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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