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A사 운영 8년차인 점주 이명준(가명)씨는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본사의 케이크 발주 요청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작년까지는 영업사원의 읍소에 매년 3개씩이라도 발주했지만 올해는 근처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겨 팔리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 편의점 B사 영업사원 3년차 김희진(가명)씨는 올해 할당 받은 케이크 10개를 동료들과 보육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발주를 거부하는 가맹점주와 매년 판매 목표치를 올리는 회사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직접 본인이 구매하기로 한 것. 돈으로 따지면 1인당 30만원이다.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판매량이 저조하지만 본사와의 관계 때문에 반강제로 구매하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크는 반품 불가 품목이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이 손해를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들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이색 케이크를 출시하고 매장에서 판매한다. GS25는 올해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와 협업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1만5000개를 예약 판매했다. 미니스톱은 유명 셰프와 손잡고 케이크 4종을 출시했다.세븐일레븐은 수제 케이크 '루시카토' 등을 선보인다. 이들 케이크 가격은 대부분 3만원을 웃돈다.
문제는 자발적으로 케이크를 발주하는 점주가 손에 꼽힌다는 점이다. 편의점 A사 직원은 "올해는 한 점포당 6개 이상 케이크를 발주하고, 목표치의 90%를 무조건 달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점주들이 끝내 발주를 해주지만 반강제로 밀어내기와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높은 가격도 부담이다. 보통 3만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 매입가가 2만1000원 가량인데, 6개가 모두 팔리지 않을 경우 점주는 10만원이 넘는 손해를 봐야한다. 경기 안양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매년 이맘때쯤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에 케이크 예약 부탁글을 걸어놓는다. C씨는 "영업사원 성화에 못이겨 발주를 하는 데 소비자 가격도 비싸니까 안 나간다"며 "지인들한테 부탁하거나 자주오는 VIP 손님들에게 선물한다"고 말했다.
케이크 재고는 점주 몫이다. 보통 가맹점주들은 매월 정해진 금액 내에서 반품을 할 수 있는데, 시즌 상품들은 대부분 반품 품목에서 제외된다. 그나마 화이트데이와 밸런타인데이 등에 팔지 못 한 선물세트는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판매할 수 있지만 케이크는 불가능하다.
본사는 케이크를 판매하면 이익을 얻는다. 3만원(매입가 2만1000원)짜리 케이크를 점주가 발주하면 본사는 배분율(평균 35%)에 따라 3150원을 가맹수수료 몫으로 떼간다. 여기에 케이크 업체로부터 판매 장려금을 받기 때문에 본사는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편의점들이 케이크를 판매하기 위해선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연말 시즌 케이크 판매를 위해 사전 수요 예측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재고율을 낮추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시즌성 상품이라지만 팔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은 안 된다"며 "무리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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