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이차원 탄소 소재인 그래핀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초박막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두께가 0.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다이아몬드가 가진 우수한 열전도도와 전기적 특성 등을 반도체 소자를 비롯한 전기 기계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드니 루오프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장·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연구진은 상온·대기압 조건에서 간단한 공정만으로 그래핀을 초박막 다이아몬드인 '다이아메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10일자에 게재됐다.
그래핀과 다이아몬드는 모두 탄소 원자로만 이뤄져 있지만 원자의 결합 형태와 구조가 다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1개가 평면상에서 육각형으로 연결된 탄소 단일층인 반면,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 1개를 중심으로 4개의 탄소 원자가 정사면체를 이루는 입체 구조다. 이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뛰어난 열전도성과 기계적 강도를 가졌지만 전기가 통하지도 않고 쉽게 휘어지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를 그래핀처럼 얇은 이차원 초박막 형태로 만든 다이아메인이다. 그동안 다이아메인 합성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결합구조를 변화시키는 과정에 매우 높은 압력이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고 압력이 낮아지면 다시 그래핀으로 돌아가는 등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해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다이아메인 합성 공정은 상온(섭씨 25도)과 대기압(1기압) 조건에서도 불소를 주입하는 불소화 과정만 거치면 안정적으로 다이아메인을 합성할 수 있다.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이용해 구리니켈(CuNi) 합금 기판 위에서 이중층 그래핀을 제작한 뒤 불소 기체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주입된 불소에 의해 주변 3개의 원자와 결합하던 탄소가 4개의 주변 원자와 결합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필름 형태의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이렇게 만든 다이아메인의 두께는 0.5㎚로 현재까지 보고된 다이아메인 중 가장 얇다. 연구진은 불소화 과정을 거쳤다는 데서 'F-다이아메인'으로 명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이자 제1저자인 파벨 바카레브 IBS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제조 과정이 복잡하거나 구조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다이아메인의 제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루오프 단장도 "유사 다이아몬드 구조체 합성을 통해 다이아몬드의 우수한 물성을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향후 전기적, 기계적 특성까지 조절 가능한 대면적 단결정 다이아몬드 필름을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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