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신화' '세탁기 장인' 등 숱한 이력을 남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43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한다.
LG전자는 28일 실시한 임원 인사를 통해 조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1976년 9월에 입사했으니 LG전자에서만 어느덧 만 4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조 부회장의 재직기간을 뛰어 넘는 사례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조 부회장은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다닌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은퇴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젊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LG전자와 함께 했기에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기술속국이 되지 않아야 된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연구개발에 몰두했던 때가 이젠 마음 속 추억으로 아련히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안정된 수익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넘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더 튼튼하고 안정된 회사, 미래가 좀 더 담보된 회사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새 CEO인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2016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4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등 신가전 바람을 일으키며 LG전자를 세계 최고 가전으로 성장시켰다.
조 부회장은 1976년 용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고졸신화의 주인공이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에 단단히 미쳤었다. 세탁기 보급률이 1%도 되지 않던 시절부터 한 우물만 판 조 부회장은 LG전자를 세탁기를 1등으로 만든 주역이다.
세탁기를 설계하던 전기회전기 설계실 엔지니어로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조 사장은 2001년 세탁기연구실장, 2005년 세탁기 사업부장을 거치며 이제는 국내외 업계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최고의 세탁기 전문가로 떠올랐다.
하지만 단순히 최고 엔지니어만으로 그를 설명하긴 부족하다. 그를 사장 자리까지 이끈 것은 혁신마인드와 결단력이다.
세탁기 개발 10여년간 금성사는 일본의 기술을 들여와 제품을 만들었는데 90년대 초 '탈 일본'을 외치며 자체 기술 연구를 본격적으로 주도한 인물이 조 부회장이었다. 조 사장의 강력한 드라이브 끝에 LG전자는 자사 세탁기를 1위로 올려놓은 세계최초 '다이렉트 드라이브(DD)' 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다.
조 회장은 생활 속 아이디어를 제품에 결합하고, 자택과 집무실을 신제품 테스트 장소로 삼았을 정도의 집념은 세탁기를 넘어 LG전자 전 사업에 1등·혁신 DNA를 이식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부회장은 H&A사업본부장 취임 이후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등 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사업본부의 체질을 바꾸는 성과를 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세탁기 내부의 두 군데서 스팀이 분사되는 드럼 세탁기를 개발하며 LG 트롬(TROMM)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렸다. 통돌이 세탁기도 1996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조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트윈워시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대표적인 혁신 제품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 일정도 2년 가까이 미뤘다. 8년 동안 150명 이상의 개발인력과 2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됐다. LG 세탁기 역사상 개발 기간, 인력, 투자비용 등에서 모두 최대 규모다.
조 부회장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경영자가 아닌 선배로서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고 주기적으로 많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마련했다.
조 부회장은 미래준비를 위해 도전하는 문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빠르게 변하는 사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의 성공 방식, 관행적으로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발 빠르게 시장을 살피고 도전해 실패하더라도 그 가치를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에 앞장섰다.
조 부회장은 지금이 LG전자가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디지털전환을 위해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 판단했다. 그는 디지털전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춘 젊은 사업가의 새로운 리더십이 LG전자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조성진 부회장 주요 프로필]
출생연도: 1956년 4월
출생지: 충남 대천
학력: 용산공업고등학교 졸업(1976년)
◆주요 경력사항
- 1976년 금성사 전기설계실입사
- 1985년 금성사 전기회전기설계실(기정보)
- 1987년 금성사 전기회전기설계실(기정)
- 1991년 금성사 전기회전기설계실(기감보)
- 1995년 LG전자 세탁기설계실(부장)
- 2001년 LG전자 세탁기연구실장(연구위원/상무)
- 2005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
- 2007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 2013년 LG전자 HA(Home Appliance)사업본부장(사장)
- 2014년 LG전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장
- 2016년 LG전자 대표이사 H&A사업본부장
- 2017년 LG전자 대표이사 CEO(부회장)
◆주요 수상내역
- 2007년 제42회 발명의 날 동탑산업훈장
- 2010년 대한민국 100대 기술 주역상
- 2016년 글로벌품질경영인 대상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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