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기업의 주가가 글로벌 공급 과잉을 초래한 중국이 구조조정을 하기 이전 수준까지 밀리면서 주가 바닥론이 제기되지만, 본격적인 업황 회복은 내년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지난 1일 3523.32로 한달 전에 비해 6.65% 하락했으며, 중국의 철강 과잉공급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월 21일의 3346.01과 5%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철강기업들을 합병시키고 과잉설비를 퇴출하는 등 철강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확인된 뒤 상승 추세를 타며 작년 1월 6000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저점을 낮춰가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기간 POSCO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16년 1월 21일 15만6000원에서 작년 2월 1일 39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전거래일에는 21만3500원으로 마감됐다.
현대제철의 주가는 더 암울하다. 지난 2016년 1월 21일 4만3850원을 저점으로 2017년 2월 21일 6만4500원까지 상승했다가 전거래일에는 3만1850원으로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 이슈가 한창이던 때보다 낮은 주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상반기에는 철광석 생산 차질에 따른 원가 부담이, 하반기 들어서는 늘어난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지 못한 탓에 내놓게 된 부진한 실적이 각각 철강기업의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t당 72.63달러로 올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사가 운영하는 철광석 광산의 댐이 붕괴되고, 3월에는 호주에 사이클론이 덮치면서 급등세를 탄 철광석 가격은 7월 5일 t당 122.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철광석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며 지난달 25일 기준 t당 86.42달러까지 떨어졌다.
브라질과 호주에서악재가 터진 직후에는 철광석 가격이 치솟는 상황을 명분으로 철강기업들이 수월하게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주가가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가격 인상 소식이 들리지 않는 데 더해 철광석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다시 주가가 꺾였다.
특히 조선업계에 공급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벼르던 철강업계는 올해 하반기에 공급하고 있는 후판 가격을 t당 3만원 수준만 올리는 데 합의했다.
철강업계는 당초 후판 공급가격을 t당 7만~8만원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조선업계의 호소에 철강업계는 당초 기대한 인상폭의 절반 수준에 합의해야 했다. 앞서 철광석 가격이 치솟고 있던 지난 상반기에도 철강업계는 후판 공급 가격을 동결해준 바 있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 증가도 철강제품 가격 인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민사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조강(쇳물) 생산량은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4840만t 증가하며 전 세계 철강 공급 증가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서 "설비 구조조정에 따른 감산을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를 벗어나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에 철강기업들의 실적도 우하향했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5조9882억원, 영업이익 1조 39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와 3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66.6% 급감한 341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철강업황의 회복은 내년 쯤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4분기 고로(용광로)를 운영하는 철강기업의 실적 전망에 대해 "내수 부진 및 수입가격 하락에 따른 내수 유통가격 하락으로 판재류 스프레드 축소, 내수 급감에 따른 봉형강 평균판매가격(ASP) 하락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중국 철강수요는 건설용 강재 수요 둔화가 우려되지만 인프라 수요 회복으로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중 무역분쟁의 기저효과 및 재고 사이클 저점 돌입으로 수출 및 설비 투자 회복에 의해 철강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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