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하반기 들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기업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자금 사정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조사된 국내 제조업체의 자금 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1로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제조업 자금 사정 BSI는 지난 6월(85)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장기 평균치(2003∼2018년 평균 86)와 비교해도 저조한 수준입니다.
BSI란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설문에서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업체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돕니다.
기업의 자금 사정이 경기 흐름에 순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사정 BSI 악화는 최근 경기 여건이 나빠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제조업 전체 업황 BSI 역시 지난 6월 75에서 10월 72로 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다만 한은이 최근 금리를 내렸는데도 제조업체들의 체감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은 금리 인하 효과가 일선 기업 현장에 아직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올해 1분기 경제가 역성장(-0.4%)한 데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경기회복이 지연되자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내린 바 있습니다.
경기 부진으로 올해 2%대 성장률 달성도 불투명해지자 한은은 지난달에도 추가로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습니다. 시중에 더 많은 돈을 풀어 경기 하락을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문제는 한은이 시중에 돈을 많이 풀었는데도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 사정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실적이 악화해 기업대출 연체율이 늘어날 경우 금융기관이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방향으로 대출 태도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나왔습니다.
지난 7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융통화위원은 "만일 금융 여건이 긴축으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이는 실물경기의 부진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에도 기업 신용이 계속 원활하게 공급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