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 모씨(34)는 생일을 맞은 아내에게 언더웨어를 선물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접속했다. 30분 정도 고민 끝에 결국 구매하지 못한 임씨는 업무를 위해 다른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아까 봤던 쇼핑몰의 언더웨어가 광고 배너로 등장했고 임씨는 당혹감을 느꼈다. 임씨는 "요즘 인터넷에서 구매하고 싶은 상품을 검색하면 다른 사이트를 접속할 때도 어김없이 광고로 등장한다"면서 "해당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개인 SNS에도 관련 광고가 계속 따라다녀 적잖은 피로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 중 이용자의 관심에 맞춰 필터링된 정보를 제공하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필터링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을 거품에 비유한 것이다. 과거엔 배너광고로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것에 그쳤지만 최근 유튜브, 페이스북 등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종의 알고리즘으로 흔히 활용되고 있다. 시간 순으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는지, 어디에 반응했는지, 좋아하는 주제는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 사용자가 좋아할 법한 정보를 먼저 배열하고 있다.
바쁜 현대인에게 개별화 된 필터는 삶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알고리즘이 정보의 편식을 불러와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 등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관계자는 "개발자의 성향과 사회적 풍토 등이 데이터를 모으는 알고리즘 구축 단계에서 개입된다"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편향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7월 인공지능을 활용한 온라인 국제미인대회에서 프로필 사진을 심사하는 프로그램이 백인을 제외한 후보자들을 떨어뜨린 일이 대표적이다.
필터 버블이 특정 가치관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국내외 IT 업계에서는 필터 버블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7년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사용자의 뉴스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한 공익 광고 제작, 가짜 뉴스 신고 절차 간소화 등을 추구하고 있다. 네이버도 지난 4월 모든 뉴스편집을 인공지능(AI)기반 뉴스 편집기술인 '에어스(AiRS)'에 맡겼고, 필터 버블방지를 위한 알고리즘도 반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개입으로 인한 알고리즘 공공성 훼손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어 '또다른 필터 버블의 가능성'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흥미에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출처와 내용의 신뢰도가 불분명한 콘텐츠를 무조건적으로 수용 및 사용자도공유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면서 "필터 버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자도 인터넷 방문 기록을 주기적으로 삭제하거나 개인정보보호모드를 사용하는 등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