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절정기인 7월 말∼8월 초 일본을 오가는 여객기 탑승률이 작년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반발로 국내에서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통계로도 이런 추세가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14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일본노선 주간 항공운송 실적'에 따르면 8월 첫째 주(4∼10일) 일본노선 탑승률은 71.5%로 작년 같은 기간(84.5%)과 비교해 13%포인트 감소했다. 한 주 전인 7월 마지막 주(7월28일∼8월3일) 탑승률이 75.7%로 작년(87.7%)보다 12%포인트 감소한 데 이어 감소 폭을 더 키운 것이다. 일본노선에 많이 투입하는 189석 규모의 B737-800 항공기를 운항한다고 가정하면 작년 8월 첫째 주 평균 160석을 태우고 떠났던 일본행 비행기가 올해는 135석만 채운 채 운항한 셈이다.
항공사들이 일본노선 좌석 공급을 줄이는 상황에서는 줄어든 항공편 당 탑승률이 오르는게 자연스럽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탑승률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은 일본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 여행 거부 운동으로 인한 여파가 크다. 사업차 일본을 오가는 승객과 유학생, 일본인 여행객, 예약을 취소하지 못해 비행기에 타는 승객 정도가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개별 관광객 수요는 급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본노선 탑승률은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확산한 7월 초순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첫째 주∼8월 첫째 주 탑승률은 78.5%→78.8%→76.2%→76.2%→75.7%→71.5%로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 들어 급격하게 꺾인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탑승률이 77.1%→79.5%→79.7%→82.2%→87.7%→84.5%로 7월 마지막 주 급상승했다가 8월 첫째 주 소폭으로 꺾인 것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 '휴가철 피크'에 탑승률이 80% 중·후반대를 보였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올해 이 기간 탑승률이 70% 초·중반대에 머문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보이콧 재팬 캠페인 영향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하는 승객이 늘어나면서 극성수기 탑승률이 이례적으로 곤두박질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우려가 있어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지속되자 국내 항공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경쟁적으로 일본 노선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9일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 중단을 결정한 이후 인천∼삿포로·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노선에 투입하는 기종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항 축소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30일 인천발 일본 노선 공급 축소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오는 23일부터 부산∼오키나와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일본 노선 비중이 큰 국내 LCC들은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24일부터 무안∼오이타 노선에서 철수하고 내달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정기편 운항을 중단하며 이스타항공이 내달 부산∼삿포로·오사카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국내 최대 LCC 제주항공은 일본 노선을 35% 감편한다. 다음달 25일부터 10월 26일까지 9개 일본 노선 운항 계획을 당초 총 789편에서 507편으로 줄여 잡았다. 일본 지방 중소도시를 공략하며 일본노선 비중을 꾸준히 높여 온 에어서울은 다음달부터 도야마·구마모토·우베 노선에서 차례로 철수하고 오사카·요나고 노선을 감편한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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