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5년차 영업사원인 이재은(가명·43)씨는 올초부터 매달 탄산수를 한 박스(12병)씩 주문하고 있다. 친정엄마가 직접 만들어 보내는 감식초 원액을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오랜 직장생활로 건강검진 결과가 갈수록 안좋게 나오자 당 함유량이 많은 콜라, 주스 등을 끊는 대신 감식초와 탄산수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마시고 있다. 이 씨는 "맹물과 달리 탄산수는 식초 특유의 신맛을 살려주고 개운함을 배가시킨다"며 "용량 대비 가격도 저렴해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 '톡 쏘는 물'이 뜨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설탕이나 합성첨가물이 든 음료 대신 탄산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1·2인 가구 증가, 주 52시간제 정착 등으로 배달음식 시장이 커짐에 따라 집에서 청량감을 즐길 수 있는 탄산수의 인기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7일 마트·편의점 등 소매시장에 따르면 국내 탄산수 시장은 2013년 143억원에서 지난해 868억원으로 5년 새 약 6배 커졌다. 업계에선 온라인 매출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까지 누적 매출 4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0%의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탄산수 시장이 커지면서 음료업계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는 2016년 420억원, 2017년 464억원, 2018년 54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최근 2년 연속 10~20%대 신장률 기록한 셈이다. 올해도 7월 한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늘었다. 이번 여름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 업계의 제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0%가량 줄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성장세다.
후발주자인 웅진식품도 선전하고 있다. 2015년 출시된 '빅토리아'는 지난 3년간 약 7400만병이 팔렸다. 덕분에 탄산수 부문 매출액은 2017년 130억원, 2018년 180억원으로 매년 40%씩 증가했다. 올 상반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31% 늘어난 2100만병을 기록했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라인업을 12종까지 늘렸다"며 "빅토리아는 500㎖짜리 20병을 1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데, 앞으로도 온라인 채널을 집중 공략해 가성비 높은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탄산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게 된 배경으로는 청량감에 대한 선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이 꼽힌다. 업계에선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산수는 칼로리가 없고 당, 나트륨, 탄수화물 함유량도 0g이라 마음껏 마셔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집에서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트렌드가 확산된 것 역시 탄산수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치킨, 피자 등 기름기 많은 메뉴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 수요 증가의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이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문음식과 탄산수를 함께 배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업계에선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 6월 톡 쏘는 맛을 더욱 강화한 '씨그램 THE 탄산'을 출시했다. 웅진식품은 빅토리아 수박맛에 이어 배맛을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늘렸다.
사이즈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주력 용량인 500㎖ 외에 300㎖ 제품에도 힘을 싣고 있다. 2017~2018년만 해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대였던 300㎖짜리 트레비는 올해 22%까지 확대됐다. 최근 음용 트렌드가 한입에 마시기 좋은 소량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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