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팔린 물건에 대해서는 아마존이 직접 판매에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미국 연방항소법원 판결이 나왔다. 필라델피아 제3항소법원은 현지시간으로 3일 오전 (한국시간 4일 새벽) 아마존을 통해 산책용 강아지 목줄을 구매한 헤더 오버도프가 "아마존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펄리갱'이라는 업체를 통해 제품을 구매했으나, 제품이 끊어지면서 튕겨져 올라와 얼굴을 때렸고 그 결과 한쪽 눈이 실명에 이르렀다"며 아마존을 상대로 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의미있는 이유는 그동안 다른 법원들은 아마존이라는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시장에 입점해 있는 판매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결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 사건과 같은 경우 아마존이 아니라 목줄을 판매한 '펄리갱'이라는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그동안의 판례였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나 "그동안의 판례를 처음으로 깬 사례"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그동안 자신이 직접 떼어 온 물건들을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지만, 제 3의 판매자가 가져오는 물건들도 웹사이트에 올리는 작업들을 해 왔다. 이들 독립판매자들은 아마존의 창고를 이용해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아마존은 약 110억 달러를 연간 벌어들이는 등 판매대행 서비스로도 꽤나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통계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아마존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제품들의 거의 절반이 이들 독립판매자가 내놓는 물건들일 정도로 물량 또한 많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항소법원의 순회판사인 제인 리차드로스는 아마존이 (전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독립판매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소비자로부터 직접 대면하지 않도록 숨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그 결과 소비사들은 하자가 있는 제품들로부터 직접적인 보상이나 대화를 하기 어렵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항소법원은 이 판결을 하급심으로 다시 돌려보냈으며, 그 결과 지방법원에서 강아지 목줄이 정말로 하자가 있었는지를 따져서 아마존의 손해배상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원고 측 변호사인 데이비드 윌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법률이 아마존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지배력이 공고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를 연방항소법원이 직시해 주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