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28일(현지시간) 제 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에서 만성적 직장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정의한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직업관련 증상의 하나로 분류했다. 의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건강상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판단한 만큼 그 동안 가볍게 여겨졌던 '직장내 스트레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번아웃의 사전적 의미는 △에너지를 소진하다 △다 타다 △가열되어 고장이 나다 등으로 정의되어 있다. 번아웃증후군이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4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1%가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증후군은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든다 △쉽게 짜증나고 노여움이 솟는다 △만성적인 감기, 요통, 두통과 같은 증상에 시달린다 △감정의 소진이 심해 우울하다는 감정을 느낀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진 것 같고 예전과 달리 열정이 사라졌다 △잠을 자도 피로가 누적되는 것 같고 이전에 비해 더 빨리 더 쉽게 지치는 것 같다 △속이 텅 빈 것 같고 일과 자기 자신,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등의 증상을 느낀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는 "번아웃증후군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으로,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힘에 겨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틈틈이 여유를 갖고 편안한 대화, 운동, 여가활동 등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극복에 도움이 된다. 증상수준이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이거나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전문가를 찾아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다. 기분장애나 가벼운 정신 질환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앓고 있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기 힘들다.
윤현철 교수는 "보다 여유를 갖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의 아픔도, 너의 아픔도 아우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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