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화재가 이번 고성화재 주요 피해지인 고성·강릉에 비해 늦게 진압된 데에 대해 이강우 인제소방서 방호구조과장은 "경사도가 심한 바위산 때문에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지난 4일부터 직접 산불화재 진압을 지휘한 이 과장은 "인제군은 고성에서 약 65km 떨어진 곳"이라며 "고성 화재가 번져 인제에 불이 난 것이 아니다. 인제는 군 내에 소재한 야산 인근 약수터서 불이 난 것이 군 전체로 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성 화재는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에 발생한 반면 인제군 화재는 이보다 앞선 4일 오후 2시 45분에 발생했다. 다행히 고성 화재에 비해 불이 크지 않아 피해 면적은 30ha (고성·속초의 경우 250ha)에 불과하다.
이 과장은 "화재 당일(4일)에 타 시도 소방차 9대가 합류해 총 15대 소방차로 불을 껐었다"며 "그런데 고성 산불이 4일 저녁에 확 커지면서 타 시도 소방차 5대를 고성에 보내고 총 11대로 작업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화재 다음날인 5일 주요 화재 지역인 고성과 강릉 등 동해안 일대에 대형 헬기가 투입됐는데 인제 지역은 산불이 그보단 작아 소형 헬기 6대가 불을 끄는 작업을 했다"며 "6일 부터 고성에 있던 대형 헬기가 인제쪽으로 투입되면서 12시 10분경에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바위산 특성상 지형이 험해 산 중턱까진 소방차를 통해 소화 작업이 가능하지만 주불(불의 가장 큰 덩어리)을 잡으려면 헬기가 필요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강원도의 경우 산불 작업을 위해 직경 15mm 가량의 소방 호스를 소방차에 장착하고 있다"며 "평소 화재진압용의 경우 직경 40mm로 두꺼워 물이 가득차는 반면 100m 앞까지 밖에 못 끌고 가는데, 직경 15mm면 상대적으로 가벼워 소방차로부터 500m 까지 앞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위산 맨 꼭대기까진 물을 보내기 역부족이어서, 소방차를 통핸 산 중턱까지 밖에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인제는 인명피해 및 대피자가 아무도 없었고 약간의 재산피해만 있었다. 이 과장은 "바위산 인근 계곡에 민가가 약 44곳이 있었는데 첫날에 소방차 15대를 통해 산불진행 방향을 고려해 물을 미리 뿌려서 민가에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며 "농업용으로 쓰는 비닐하우스 4동과 창고로 쓰는 컨테이너박스 2동, 산 중턱에 있는 식당이 있는데 그 식당서 사용하는 조립식 건물 2동이 불탄게 재산피해의 전부"라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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