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암센터 간암 다학제진료팀이 최근 16cm이상 커진 간암을 수술로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여러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포기한 이 환자의 수술성공은 분당차병원이 다학제진료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받는다. 다학제진료는 의사 1명이 환자를 진단 및 치료하지 않고 몇개의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최선의 방법을 찾는 시스템이다.
2018년 10월 오른쪽 배 통증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안 모(67·남)씨는 간암 크기가 16cm 이상으로 커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안씨는 유명 대학병원 4곳을 더 찾아갔지만 동일한 진단을 받았다. 안씨는 "대학병원 5곳에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환자들이 분당차병원 다학제진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사례를 보고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그해 11월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이주호 교수에게 처음 진료를 받았다. 암의 크기가 과도하게 커서 절제할 경우 잔존 간으로는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런 경우 간암 절제 후 간부전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에 간암 다학제진료팀인 소화기내과 이주호 교수, 외과 최성훈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신현수 교수,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영상의학과 김대중 교수가 한 자리에 모여 안씨의 치료방법에 대해 논의했고, 최신 방사선치료기법으로 고선량의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동시에 진행해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을 시행하는 치료계획을 세웠다.
다학제팀은 2개월 간의 항암 방사선 치료를 마친 뒤 안씨의 암크기가 9cm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다학제팀은 2차 다학제진료로 수술계획을 세웠고 수술 후 남겨진 간이 완전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간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암이 있는 간부위를 위축시키고, 반대쪽 정상부위를 팽창시키는 간문맥색적술을 시행했다. 그후 지난 1월 18일 외과 최성훈 교수의 집도로 성공적으로 9cm의 암 덩어리를 완전히 절제했고, 주요 혈관 및 잔존 간을 충분히 보존하는 수술을 마쳤다. 안씨는 수술 이후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고 있다.
안씨는 "5개월이 넘는 치료기간 동안 모든 의료진이 치료 방법과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안심시켜 줘서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며 "현재 간암 재발방지를 위해 면역세포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수는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환자가 간염, 간경변증 등 다른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간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섬세한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암의 크기, 개수, 기저질환, 간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아야하기 때문에 여러 진료과가 함께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다학제 진료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차병원 다학제진료는 항암방사선치료부터 수술, 간이식, 간동맥화학색전술, 면역치료 등의 전신 약물치료까지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 제시함으로써 암 환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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