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동 연구진이 미숙아의 혈압이나 심박수 등을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센서와 달리 복잡한 선이 없고 접착제 없이 아기 피부에 붙일 수 있어 향후 미숙아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캠퍼스, 광운대, 경희대, 국민대, 중국 둥난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있는 아기들의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무선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월 28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무선으로 작동하면서 얇고 잘 늘어나는 센서를 개발했다. 20여명의 미숙아를 대상으로 초기 실험을 거친 뒤에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는 아기 7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연구를 이끈 존 로저스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미숙아에게 사용하는 기존 센서는 선이 복잡하고 접착제가 필요했다"며 "환자 중심적이고, 부모와 아기가 원활하게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대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개발한 무선 센서는 기존 센서와 비교했을 때 측정 범위, 정확도 측면에서 동등하거나 임상적으로 중요했지만 수집되지 않았던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를 감싸고 있는 전선은 종종 아기 몸집보다 크다. 일반적으로 5~6개의 전선이 신생아에게 부착된다. 이를 통해 혈압과 심박수, 혈액 내 산소농도 등이 기록된다. 기존 센서도 안전하지만 아기의 움직임을 막는 만큼 성장과정의 중요한 시기에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많은 전선 때문에 부모는 아기를 안아주기 힘들다.
연구진이 개발한 무선 센서는 심박수와 호흡, 체온 등의 생체 신호를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다. 한 센서는 아기의 가슴이나 등에 놓여있고 다른 하나는 발을 감싼다. 가슴에 붙이는 센서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5cm, 2.5cm 이며 발에 붙이는 센서는 가로 세로 2.5cm, 2cm다. 각 센서의 무게는 빗방울과 같을 정도로 가볍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이 센서의 장점은 혈압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혈압 측정기는 아이의 몸에 멍을 만들거나 피부 손상을 일으킬 수 있었다. 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하는 방법은 감염의 위험이 존재했다. 또한 이 센서는 MRI나 CT 등을 촬영할 때도 착용할 수 있다. 무선센서는 침대 아래에 있는 송신기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감염을 피하기 위해 24시간 뒤 폐기해도 될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다. 연구진은 센서의 가격이 약 10달러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70여명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결과 무선 센서가 피부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저스 교수는 "2~3년 내에 미국 병원에서 무선 센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비영리기구의 도움을 받아 내년도 개발도상국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하욱 노스웨스턴대 연구원과 김봉훈 연구원, 이종윤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캠퍼스 연구원과 김정현 광운대 교수, 이승민 국민대 교수 등 한인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아기들의 몸에 무선센서를 착용한 모습 <사진제공=노스웨스턴대>
[원호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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