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색 빛이 아침잠에서 덜 깬 오전의 나른함을 떨쳐내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명에 간단한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오전 시간의 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의 석현정 교수, 최경아 연구교수 등 연구진은 높은 색온도를 가진 청백색 빛이 아침잠을 깨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27일 밝혔다. 푸른빛이 신체활동이 활발한 낮 시간대의 생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 23일자에 게재됐다.
우리 몸은 태양의 주기에 따라 아침, 저녁으로 바뀌는 생체리듬에 의해 규칙적으로 변화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인간의 망막에서 간상세포, 원추세포가 아닌 제3의 광(光)수용세포가 발견된 이후부터는 빛이 다양한 생리작용과 생체리듬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광수용세포는 푸른빛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뇌파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 심전도 등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일상생활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KAIST 학생 15명을 대상으로 오전 9시 같은 강의실에서 색온도가 6500K(켈빈)인 청백색 빛과 3500K인 주황백색 빛을 1시간 동안 무작위로 쪼인 뒤 빛의 색 변화에 따른 호르몬, 타액 등 생리적 변화를 관찰했다. 조명의 밝기는 500lx(럭스)로 유지했다. 이와 더불어 설문조사를 통해 피험자들의 주관적인 느낌도 함께 조사했다.
실험 결과 오전에 쬐는 청백색 빛은 인체를 잠에서 깨워 생체리듬을 낮 시간대처럼 조절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백색 빛에 노출될 때는 잠에 잘 들게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피험자들의 집중력도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 교수는 "저녁에 쬐는 푸른빛은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신체활동에 이로운 빛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주황빛은 편안하게 휴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지하주차장, 세탁기, 냉장고 등 일상 환경의 조명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설계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지능형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한다면 사용자의 생체리듬과 일정, 권장 수면시간 등에 맞춰 조명의 색과 세기를 조절하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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