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3월부터 1년간 전 세계 억만장자(billionaire)의 재산이 하루 25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씩 늘어났으며, 이틀에 한 명 꼴로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극빈층 38억 명의 재산은 오히려 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세계적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은 오늘(2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를 앞두고 어제(21일) 발표한 '공익이냐 개인의 부냐' 보고서에서 최상위 부유층과 빈곤층 간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같은 통계는 2017년 3월 18일부터 2018년 3월 17일까지 전 세계 부자의 변동상황을 집계하는 '포브스 억만장자 리스트'를 근거로 산출됐습니다. 옥스팜은 2013년 이후 매년 다보스포럼에 맞춰 '부의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하고 각국 정부와 기업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 1천 125명에 그쳤던 전세계 억만장자 숫자는 2018년 2천 208명으로 집계돼 10년간 거의 두 배 증가했습니다.
특히 2017년 3월부터 1년간 억만장자의 숫자가 165명 순증해 이틀에 한 명 꼴로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9천억 달러(약 1천 10조 9천억 원)가 증가했습니다. 일별로 계산하면 매일 25억 달러가 늘어난 셈입니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절반인 하위 50% 극빈층 38억 명의 자산은 1조 5천 410억 달러에서 1조 3천 700억 달러로 11.1% 감소해 전 세계적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상위 억만장자 26명이 이들 하위 50%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과 동일한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전년의 43명보다 줄어든 것으로, 부의 집중도가 그만큼 심화됐음을 뜻합니다. 보고서는 세계 최고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이 1천 120억 달러(약 125조 5천억 원)로 증가했는데 제프 베이조스의 자산의 단 1%가 인구 1억 500만 명인 에티오피아의 전체 의료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부유한 개인이나 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오히려 수십 년 전보다 줄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특히 각국 정부의 잇따른 감세 정책 속에서 부유한 나라의 개인소득세 평균 최고세율은 1970년 62%에서 2013년에는 38%로 떨어졌습니다.
또 세계적으로 세수의 1달러당 4센트(2015년 기준) 만이 상속 또는 부동산 등에 부과되는 부유세로부터 나오는데, 이 같은 과세유형은 부유한 국가 대부분에서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졌고 개발도상국에서는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세금이 주로 소비에 부과되면서 상위 10% 부유층이 하위 10%의 빈곤층보다 세금을 덜 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례로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최빈층 10%의 소득대비 세율이 32%로, 최 부유층 10%의 21%보다 세율이 높았습니다. 영국도 최빈층 10%의 소득대비 세율이 49%로 최상위층 10%의 소득대비 세율 34%를 웃돌았습니다.
보고서는 한 해 동안 전 세계 초부유층 1%의 재산에 세금 0.5%를 추가로 부과한다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세계 2억 6천 200만 명의 아이를 교육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또 330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빈부의 격차는 수명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적으로 매일 약 1만 명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37개 개발도상국에서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는 부유한 가정의 어린이보다 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2배가량 높았고, 네팔의 경우 빈곤한 가정의 아동이 부유한 아동에 비해 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3배가량 높았습니다.
부의 불평등이 성별 간 격차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 남성의 재산은 여성보다 50% 많고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보다 23% 낮았습니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매일 각지에서 행해지는 수백만 시간의 여성 무급노동 위에 세워졌다며 양육, 노인·환자 부양, 요리, 청소, 식수·땔감 수집 등 무급 가사 노동은 대부분 여성과 소녀들의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여성이 행하는 무급 가사 노동을 하나의 기업이 전담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10조 달러(약 1만 1천 235조 원)에 이르며, 이는 세계적 IT기업인 애플의 연간 매출액 대비 43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의료와 교육 분야에 대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않아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빈부격차와 성별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대책으로 양질의 무료 공공서비스 제공을 꼽았습니다.
특히 각국 정부는 개인소득세·법인세 감세 움직임을 중단하고 기업이나 슈퍼리치에 의한 조세 회피와 납세 기피를 막는 등 공정한 조세체계를 수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위니 비아니마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기업과 슈퍼리치가 낮은 세금고지서에 만족하는 사이 수백만 명의 소녀들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여성들은 출산 후 열악한 산후조리로 죽어가고 있다"며 "이제 정부는 기업과 부유층에 공평한 세금을 부과하고 걷힌 세금으로 무료 의료 및 교육에 투자해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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