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장기 오가노이드를 성숙하게 만드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인공 장기가 실제 인간의 장기와 더 비슷해지게 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센터 연구팀은 인간 장기 유사체(오가노이드) 체외 성숙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몸 밖에서 오가노이드를 배양해 실제 성인의 장기처럼 성숙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그 동안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세포들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생기던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 전분화능(全分化能) 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다. 이 같은 만능 줄기세포를 분화시킬 경우 실제 인간 장기와 흡사한 세포 구성, 3D 구조까지 가진 장기 유사체(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줄기세포로부터 장기 유사체를 만들어 약물 반응을 테스트하고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2011년 관련 논문이 학술지 '네이처'에 보고된 뒤부터 줄곧 있어 왔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장기 오가노이드의 기능이 미성숙한 태아의 장기 수준밖에 안 되고, 기능적 측면에서 성숙한 성인 장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약물 반응 예측도의 정확성도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처럼 인공 장기와 실제 인간 장기의 유사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인체 장내 환경을 모방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했고, 오가노이드를 성숙하게 만드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면역세포와 같이 배양하는 '공배양' 전략을 사용하면 줄기세포의 체외 성숙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성숙에 기여하는 핵심 인자와 기전까지도 규명했다. 이어 인간 장기의 발달과정을 본 따 줄기세포에 여러 면역 인자(사이토킨)를 처리함으로써 전분화능 줄기세포, 내배엽 세포, 후장 스페로이드 분화 단계를 거친 장기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까지 구축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생명공학 연구에 있어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성숙해진 소장 오가노이드는 성인 소장에서 나타나는 특이적 지표 유전자와 단백질 발현 패턴을 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 소장의 기능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미영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사는 "해당 장기 오가노이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성 인간 장기 모델"이라며 "인체와 더 비슷해진 만큼 인체의 반응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손미영·김장환·정초록 박사가 교신 저자로, 정광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통합과정생이 1 저자로 각각 이름을 올린 연구 논문은 지난 2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에 실렸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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